'3월 윤달' 수의업체 "장수한다" 주문폭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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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4년마다 돌아오는 윤달(양력 3월 21일~4월 18일)을 앞두고 관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의(壽衣) 제조업체들은 윤달에 수의를 마련하면 장수한다는 속설 때문에 호황을 누리고 있으나 예식장을 비롯한 결혼업체와 이삿짐센터 등은 '윤달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홈쇼핑과 장례식장 등에 한달 평균 4백여벌의 수의를 납품하던 전주 미래영상은 지난 1월에 홈쇼핑 3개 업체와 장례식장 등에서 1천벌의 주문을 받아놓고 있다. 이 회사 김석란 대표는 "주문량이 폭주해 야근까지 하면서 물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벌에 70만원인 한지 수의를 제조하는 고려한지수의도 지난달 주문량이 8백여벌로, 예년보다 70%가량 증가했다. 다른 수의업체들도 주문량이 50% 이상 늘었다.

그러나 예식장은 윤달에 결혼을 피하는 풍습으로인해 예약이 크게 줄었다.

대전 ○웨딩홀은 평소 주말에 15건의 예식을 치렀으나 올해 윤달에는 주말 예약이 4~5건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일부 예식장은 예식료를 깎아주거나 화장품 등 기념품을 덤으로 주면서 예비 신혼부부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같은 윤달 불황은 야외 촬영.청첩장 제작 등을 하는 결혼이벤트 업계도 마찬가지다.

이삿짐 업소도 매년 3~4월은 주말 예약을 사양해야 할 정도의 대목이지만, 윤달이 낀 올해는 일감 부족으로 허덕이는 곳이 많다. "윤달에 이사하면 재수가 없다"는 속설 탓이다. 대구 K익스프레스 김상봉(53)사장은 "불경기 탓도 있지만 올해는 윤달 기간에 예약이 한건도 없어 경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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