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한국위 "백두산 '창바이산' 표현 신중하지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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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한국위원회(사무총장 이삼열)는 8일자 조인스닷컴에 보도된 중앙일보 기사(“유네스코 한국위 백두산 ‘창바이산’ 호칭 문제없다”)가 나간 후 비난 여론이 일자 앞으로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유네스코뉴스'' 10월호 기사

10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 역사, 영토, 문화유산 등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기사 내용 중 일부가 국민들에게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게 표현된 점에 대해서는 향후 좀 더 신중하게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날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유네스코뉴스 10월호 생물권보전지역 관련 기사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에서 “월간 소식지 <유네스코뉴스> 10월호 8면의 ‘창바이산 생물권보전지역 소개 기사’ 및 관련 언론 보도와 관련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위원회는 “(유네스코뉴스에서 다룬) 기사의 성격상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식 명칭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면서 “그렇더라도 한국 독자를 상대로 한 간행물이므로 백두산을 병기했어야 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고 인정한다”고 했다. 또 “향후 “창바이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때에는 그것이 ‘백두산에 대한 중국의 호칭’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학교 현장에서 역사를 가르치시는 선생님, 우리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시는 반크(VANK) 회원을 비롯해 게시판에 글을 올려주신 모든 분들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세계 속에서 한국이 제자리를 찾고 인류공영의 유네스코 이념 구현에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어린 비판을 부탁드린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을 다룬 글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국위원회는 “조인스 닷컴의 10월 8일자 기사(“유네스코 한국위 백두산 ‘창바이산’ 호칭 문제없다”) 제목에서 마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백두산 전체를 “창바이산”으로 부르기로 한 것처럼 표현한 부분은 확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창바이산”이라는 명칭은 국제적으로 공식 등재된, 중국 백두산 지역의 명칭인 유네스코 “창바이산 생물권보전지역”에 따른 것이었으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공식 입장이나 영토 문제 관점에서 “창바이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창바이산’ 표현 사용은 비단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을 다룬 글에서만 국한되지 않았음에도 이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취재 결과, 중국의 백두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 등재 시도를 다룬 글(유네스코뉴스 3월호 “창바이산 (세계유산)잠정 목록에 오르지 않아”)에서도 ‘창바이산’ 표현을 서슴 없이 사용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이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발간한 '유네스코뉴스'는 2006년 9월호에서도 "중국의 백두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관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백두산의 중국 이름인 '창바이산'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글은 "중국의 시도에 대해 민족 감정을 앞세워 대응을 하기보다 민족의 영산이자 한반도 생태축의 정점인 백두산을 보호하는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는지 차분히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자연에는 국경이 없는 점을 고려해……이웃국가들과 협력해 자연과 사람이 상생하는 길을 찾을 수 없을까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게시판에는 위원회의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창바이라는 명칭이 국제적으로 통용되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표현했다는 따위의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그렇게 불리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거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설령 기대만큼의 성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입장에 있을수록 그런 노력들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면서 위원회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김용범 기자

▶유네스코 한국위 "백두산 '창바이산' 호칭 문제없다"
▶유네스코 한국위 "창바이산 생물권보전지역 객관적 입장에서 소개한것"
▶[취재수첩] 유네스코 한국위의 '창바이산'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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