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분뇨, 2주면 맑은 물로 ‘콸콸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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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청국장 균인 바실러스균(왼쪽)과 그 균을 뭉쳐 놓은 덩어리.

동네 인근에 돼지 축사 한두 군데만 있어도 그 옆에 가면 코를 찌르는 악취로 인상을 찡그리게 된다.

 경남 합천군 정양리 산자락에 위치한 합천군 축산폐수처리장. 하루 평균 2만5000마리가 배설하는 폐수의 양에 해당하는 150t을 처리하는 이곳 주변에는 신기할 정도로 악취가 거의 나지 않는다. 되레 간간이 폐수 수거 차량이 들락거릴 때 악취가 날 뿐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완철 박사가 개발한 축산폐수처리공법이 처음 적용돼 최근 가동에 들어간 곳이 합천군 폐수처리장이다. 합천군은 16일 이 시설의 준공식을 할 계획이다. 오·폐수 수거 차량이 가져온 가축의 변과 오줌이 섞인 시커먼 폐수는 처리장에서 16일 정도 머문 뒤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깨끗한 물로 바뀌어 하천으로 방류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축산 농가는 축산 오·폐수를 바다에 버린다. 그러나 2012년이면 이마저 금지된다. 박 박사의 축산 오·폐수 처리 기술은 처리 비용이 싸고, 정화 효율은 높아 축산 농가의 시름과 환경 오염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축산폐수처리장에서 정화된 깨끗한 물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완철 박사가 처리 전 폐수(오른쪽)와 정화된 깨끗한 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청국장 균이 효자=축산 폐수는 오염도로 따지면 단연 최고다. 돼지의 변과 뇨가 뒤섞인 축산 폐수는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2만~3만ppm에 이른다. 사람의 생활 폐수는 200ppm에 불과하다. 축산 폐수를 농업용수 수준으로 바꿔놓는 마법은 박 박사가 국산 청국장에서 찾아낸 바실러스균이 부린다. 이 균은 청국장을 끈적끈적하게 만드는데 발효를 시킬 때 전혀 악취를 풍기지 않는다. 청국장의 냄새가 강한 것은 바실러스균 이외에 잡균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합천군 축산폐수처리장에 폐수를 집어 넣으면 이 균이 14~16일에 걸쳐 폐수에 섞인 덜 소화된 음식물 찌꺼기, 하천 오염의 주범인 질소를 먹어 치운다.

그 대신 막걸리 발효통이 부글부글 끓듯 열을 내고, 기체 질소를 만들어 하늘로 날려 보낸다. 시커먼 폐수가 부글거리는 곳의 온도는 섭씨 40도 내외다. 그곳에서도 역시 거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질소 정화 능력도 뛰어나 방류수는 수질 오염 법정 기준치 60ppm을 훨씬 밑도는 30~40ppm이다.

축산폐수처리장 김창환 팀장은 “100t의 축산 폐수가 들어오면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약간의 찌꺼기와 미생물의 시체 등 약 1t 정도가 나온다”며 “이것은 비료 재료로 아주 좋아 재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폐수처리장에서 하천으로 흘려 보내는 물에 손을 씻는 등 방류수를 수돗물처럼 사용했다.

 ◆비용 작고, 오염 거의 없어=축산 농가들이 바다에 오·폐수를 버리는 데 t당 2만8000원을 낸다. 그러나 합천군 축산폐수처리장은 규모가 큰 농가는 t당 9000원, 약간 적은 농가는 6000원, 소규모 무허가 농가는 3000원씩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합천군 축산 농가는 이 처리장 준공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KIST ‘똥 박사’ 박완철씨

“2012년 폐수 바다에 못 버려 처리장 미리 안 만들면 국산 돼지고기 먹기 힘들 것”

 “축산 폐수와 분뇨 처리 기술을 개발해 곳곳에 처리장을 만들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국산 돼지 고기를 먹기 힘들 겁니다.”
 ‘똥 박사’로 불리는 박완철 박사는 축산 오·폐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이 금지되는 2012년이면 축산 오·폐수 파동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돼지의 분뇨는 사람의 것에 비해 농도가 배나 높기 때문에 인분 처리장에 넣어 처리하기 어렵다. 전용 시설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오·폐수 처리장은 정화 효율이 아주 좋은 미생물과 그 공법을 잘 개발해야 환경친화적인 오·폐수 처리를 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가 찾아낸 미생물 공법은 한번 미생물을 뭉친 덩어리를 넣어 놓으면 10년 동안 추가로 보충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정부 출연연구소에서 유일하게 축산 오·폐수 처리 기술을 20여 년 동안 연구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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