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의정부 시민 '행복한 밤길 걷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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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8시30분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경기도 제2청사 앞 부용천(5.4㎞) 보도. 네이버 카페 '의정부 이야기' 회원인 의정부 시민 50여 명이 모였다. 밤공기가 쌀쌀했지만 이들은 환한 표정으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야간 도심 걷기 대회'가 시작된 것이다. 회원들은 일주일 전 카페에 오른 행사 안내문을 보고 모였다.

여덟 살짜리 아들, 아내(36)와 함께 참가한 카페 매니저 박석수(42.자영업)씨는 "집 가까이에서 강바람을 쐬면서 사람들과 함께 거닐며 건강을 다진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일주일이면 4~5일씩 퇴근 뒤 가족과 아파트에서 5분 거리인 부용천으로 나가 걷기에 열중한다. 2년간 꾸준히 걸어 지금은 뱃살이 빠져 날렵해졌다. 수도권 시민에게 야간 걷기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일에 지친 도시민은 퇴근 뒤 잘 정비된 하천 주변을 가족과 걸으면서 건강을 다지고 휴식도 취한다.

◆"야간 걷기로 건강 관리"=의정부 시민의 부용천 야간 걷기대회는 2시간가량 계속됐다. 오랜만에 만난 회원들은 서로 안부를 물으며 즐거워했다.

하천변과 하천 가운데에 설치된 분수에서는 휘황찬란한 조명과 함께 물줄기를 내뿜어 걷는 동안의 지루함을 달래줬다. 이곳에서 출발한 회원들은 시외버스터미널~신곡동 중랑천(8.6㎞) 합수 지점 간 왕복 4㎞를 걸었다. 일부 회원은 내친김에 이어진 중랑천으로 넘어가 신곡1동 사무소~호원동의 왕복 13㎞ 구간을 걸었다.

10일 밤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경기도 제2청사 앞 부용천 분수대 앞 보도에서 네이버 카페 .의정부 이야기. 회원 50여 명이 가족끼리 나와 .야간 도심 걷기 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이 모임은 지난해 10월부터 그동안 네 차례에 걸쳐 의정부 시내를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는 부용천과 중랑천 변에서 야간 걷기대회를 열고 있다. 처음 대회 때만 해도 참가자가 20여 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행사 때마다 50~100여 명씩 모인다.

회원 김홍규(55.방송인)씨는 "퇴근 뒤 마땅한 운동 공간을 찾지 못해 애태웠는데 야간 걷기를 알고부터는 밤에 신나게 걸어 스트레스를 날린다"고 말했다.

걷기광으로 통하는 신용관(42.회사원)씨는 "부용천 변에는 탄력이 뛰어난 보행자 전용도로뿐 아니라 분수대.징검다리.갈대밭.잔디밭까지 조성돼 도심 걷기 공간으로는 최적"이라고 자랑했다.

의정부시는 부용천과 중랑천을 수도권 최고의 걷기 명소로 만들기 위해 2010년 5월까지 총 543억원을 들여 보행자 전용도로.자전거도로.문화공연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수도권 야간 걷기 명소=수도권에는 밤에 가족과 함께 걸을 수 있는 명소가 곳곳에 있다. 일산신도시 주엽동.장항동 일원 100만㎡에 조성된 일산 호수공원 내 산책로도 매일 밤 걷기에 나서는 주민으로 붐빈다. 32만㎡의 광활한 호숫가를 거닐다 보면 밤 바닷가에 온 듯한 착각이 절로 든다. 길이 8.3㎞, 폭 3m의 산책로를 따라 공원을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30분가량 걸려 충분한 운동이 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석촌호수 주변의 송파나루공원도 서울 송파 지역 주민이 즐겨 찾는 걷기 명소다. 길이 2.5㎞, 폭 8m의 산책로는 28만5700㎡ 규모의 호수를 끼고 조성돼 있다. 야간 조명시설이 있어 밤시간 걷기에 좋다.

서울 한강시민공원도 야간 걷기에 빼놓을 수 없이 좋은 곳이다. 시원한 강바람을 쐬며 아름다운 조명을 밝힌 교량과 한가로이 한강을 오가는 유람선을 벗삼아 거닐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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