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율노조연맹 "일 안 하면 노동자 손해" "정치 파업은 이제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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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손 놓으면 정작 손해 보는 건 노동자다. 정치적 목적의 파업에는 동참하지 않겠다."

프랑스 공공분야 6대 노조의 하나인 자율노조연맹(UNSA)이 이 같은 논리를 내세우며 총파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프랑스 노동단체로는 이례적이다.

여러 노동단체가 연대해 다음달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이 총파업은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혁 정책에 반대해 벌이는 정치파업이다. 사르코지 정부와 5년 동안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 노동단체들이 이번 기회에 대대적인 공세로 기선을 잡겠다는 의도다.

르 피가로를 비롯한 현지 언론은 노동단체들이 줄이어 연대 파업 참가를 결정하고 있는 가운데 당당히 독자 노선을 선언한 UNSA를 상세히 소개했다.

◆"정치적 파업 나팔수 노릇 않겠다"=파리 지하철공사(RATP)의 2대 노조인 UNSA는 최근 잇따르는 노동단체의 파업 결의와 관련, 정치적 목적의 파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급진적 성격의 프랑스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 등이 노동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파업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UNSA의 RATP 지부 사무총장인 게나엘 에슬란은 "우리가 원하는 건 정부가 공무원 정년 연장과 급여 인상 등에서 좀 더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라며 "이 부분만 협상이 되면 그만이지 파업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에슬란은 "더 이상 CGT의 뒤나 쫓으며 정치 파업의 나팔수 노릇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업은 협상이 안 될 경우 쓰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하루 일 안 하면 하루치 급료를 까먹어야 하는데 그 피해는 곧바로 노동자에게 돌아오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현재 CGT와 '노동자의 힘(FO)' 등 노동단체는 '1995년 총파업을 다시 한번'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정부의 각종 개혁에 전면 반대하는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95년 프랑스 파업은 공공부문 노조를 중심으로 연금개혁안 등에 반대해 전개한 것으로 5주에 걸친 사상 최장, 최대 규모의 파업으로 유명하다. 이들 노동단체는 노조원들에게 95년과 같은 승리를 위해 힘을 모을 것을 독려하고 있다. UNSA는 이에 대해서도 "CGT가 95년 파업을 리메이크하고자 한다면 그건 그들의 꿈일 뿐"이라며 "UNSA를 비롯한 대다수 공공부문 노조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UNSA는 사르코지 정부의 슬로건인 '더 일하고 더 벌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엘리자베트 다비드 UNSA 위원장은 "우리가 제시하는 조건만 받아들인다면 노동자들이 월 150유로 정도 더 받을 수 있는 연장근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은 UNSA의 이 같은 새로운 움직임이 '정부 대 노동단체'의 팽팽한 기 싸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베르나르 티보 CGT 대표는 10일 "10월 중으로 파업의 서곡을 울릴 것이고, 추후 협상이 지지부진하면 11월에 모든 노동단체가 참여하는 대대적인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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