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 미국 전력회사, 8개 주에 사상 최대 환경피해 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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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환경 분쟁이 타결됐다.

뉴저지.뉴욕.매사추세츠 등 8개 주가 산성비와 스모그 피해를 이유로 1999년 거대 전력회사 '아메리칸 일렉트릭 파워(AEP)'를 대상으로 제기했던 소송이 9일(현지시간) 양측의 합의로 일단락됐다고 AP.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향후 오염 통제 및 피해 복구를 위해 AEP가 46억 달러(약 4조2150억원)를 내놓는 합의안이 마련됐다"며 "이는 미 환경 분쟁 관련 지출액 중 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11개 주에 걸쳐 500만 명의 고객에게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AEP는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연간 오염 배출량을 81만3000t씩 줄여나가야 한다. 이 회사는 2004년 이후 켄터키.오하이오.버지니아.웨스트버지니아 등 4개 주에 있는 석탄 화력발전소에 연방정부 기준에 맞춘 오염 통제 장치를 구축하느라 이미 26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이와 별도로 개별 민사소송에 대한 보상금으로 1500만 달러를, 셰넌도어 국립공원과 체사피크만 등의 오염을 정화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 6000만 달러도 지급해야 한다.

미국 법무부는 합의안대로 AEP가 운영 중인 화력발전소들에 오염 통제 장치가 완비되고 나면 천식.심장마비 등 호흡기.심폐질환이 감소해 미국의 공공 보건 관련 비용이 연간 320억 달러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소송 결과는 미국 정부가 '맑은 공기법(Clean Air Act)'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제소한 듀크 에너지 등 여타 세 개 전력회사와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위원회'의 변호사 존 워크는 "오늘의 성공은 우리가 향후 지구 온난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청사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악의 환경 사고 중 하나로 꼽히는 89년 대형 유조선 '엑손 발데스'의 원유 유출 때 미국 정유업체 엑손 모빌은 10억 달러의 복구 비용을 지급했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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