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더러운 전쟁' 연루 가톨릭 신부 종신형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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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르헨티나의 '더러운 전쟁(1976~83년)' 기간 중 군부 독재자들이 자행한 살인.납치.고문에 협력한 혐의를 받아 온 가톨릭 성직자에게 10일 종신형이 선고됐다.

당시 경찰 파견 신부였던 크리스티안 폰 베르니히(69.사진)는 7건의 살인과 42건의 납치, 31건의 고문에 연루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아르헨티나 당국은 '더러운 전쟁' 중 1만 명이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사망.실종자가 3만 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감됐다 풀려난 생존자들은 "베르니히 신부가 죄수들로부터 들은 고해성사의 내용을 경찰에 전해 줘 많은 희생자가 생겼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베르니히 신부가 고문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가 하면 "경찰이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다"며 잔혹 행위를 옹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베르니히 신부는 83년 군정이 끝난 뒤 이웃 칠레로 도피해 그곳에서 가명으로 성직자 활동을 계속해 오다 2003년 체포돼 아르헨티나로 추방됐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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