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괴물투 삼성 속수무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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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4회 솔로 홈런을 날린 한화 김태균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괴물은 더욱 무서워졌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도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사자 군단을 마음대로 요리할 만큼.

 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삼성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류현진(한화)이란 ‘괴물 투수’의 카리스마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줬다.

 한화는 선발 류현진의 6과3분의2 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1차전에서 5-0 완승을 거뒀다. 3전2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적은 아직 없었다.

 지난해 정규시즌 삼성을 상대로 5승 무패를 거뒀던 류현진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4와3분의1 이닝 동안 3실점하며 큰 경기의 매운 맛을 톡톡히 봤다. 올 시즌 17승을 거뒀지만 삼성전 평균자책점(3.62)은 전 구단 평균(2.94)보다 못했다. 이날 그의 활약 여부에 의문 부호를 찍는 데이터들이었다.

 하지만 이날 1차전에 나선 류현진의 모습은 ‘적장’ 선동열 삼성 감독의 전성기를 연상시킬 만큼 압도적이었다. 5회까지 21명의 타자 중 11명에게 투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 시작할 만큼 공격적이었다. 그의 유인구에 속지 않고 ‘기다리기’를 택했던 삼성 타자들은 큰 낭패를 봤고 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 들어오는 변화구에 속수무책이었다. 압권은 6회 초였다. 3-0 불안한 리드에서 류현진은 심정수-박진만-진갑용에게 볼넷과 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내줬다. 그러나 스무 살 류현진은 여기서 더 냉정해졌다. 배트 스피드가 느린 노장 김한수를 148㎞ 직구로 윽박질러 3루 주자가 들어오지 못할 만큼 얕은 뜬공으로 처리했다.

선동열 감독은 대타 박정환과 강봉규를 잇따라 내며 승부수를 던졌지만 류현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둘 다 풀카운트 승부 끝에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했다. 류현진은 5-0으로 앞선 7회 2사에서 양준혁에게 안타를 맞자 교체됐다. 128개의 공을 던졌고 탈삼진과 피안타를 8개씩 기록했다.

 한화는 초반부터 김태균의 홈런 등으로 한 점씩 차근차근 점수를 쌓아 삼성의 힘을 뺐다. 2차전은 10일 대구에서 열린다. 한화는 정민철, 삼성은 전병호를 각각 선발로 예고했다.

대전=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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