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쓰게한 선거법덕-엄청난 경쟁 補選후보 난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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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大邱 壽城甲,寧越-平昌,慶州시등 3개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모두 2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평균경쟁률이 7.7대 1이나 된다. 이는 지난해 치러진 釜山 沙下등 8개지역 補選 평균경쟁률4.5대 1과 14대 총선 평균경쟁률 4.4대 1을 훨씬 능가하는 것이다.특히 壽城甲의 경우 12대 1로 선거사상 네번째로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돈은 묶고 입과 발은 푸는」내용의 통합선거법이 첫 적용되는이번 보선에 입후보자들이 이처럼 난립한 원인중의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 선거법과도 관련이 있다.
지난 3월 제정된「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은 선거공영제를확대하고 돈쓰는 선거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이에 따르면 선거자금의 수입과 지출은 반드시 선관위에 신고한 통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선거비용 관리에 있어서 약간의 위반 이라도 있게 되면 후보자는 당선무효등 결정적인 제재를 받게 된다.
게다가 유급선거운동원이 과거의 10%수준으로 줄어 무보수 자원봉사자 중심의 선거운동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명함을 제외한 모든 선거홍보물은 반드시 선관위를 통해 우송해야 한다.
그러므로 큰 돈을 들여 홍보물을 많이 제작했더라도 대량살포는어렵다.또 전단형 소형인쇄물의 제작 및 발송비용은 국고에서 부담하게 되어 있어 웬만한 선거운동은 선관위가 해주는 셈이다.
이는 돈이 없거나 이름없는 정치지망생에게는 엄청난 혜택으로 고맙기 짝이 없는 것이다.과거에는 조직력과 자금력이 대단한 거대정당 후보와 대결하는 것은「계란으로 바위치는」격이었으나 이젠정열과 체력에만 자신있으면 한번 겨뤄볼만 하다는 나름의 자신감을 가질수 있게 됐다.
정치적 大望을 갖고 있는 無錢.무명인사들로선 또 설사 떨어진다 하더라도 그다지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보선을 통해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것만 해도 큰 수확이라고 볼수 있기 때문이다.홍보효과를 생각한다면 기탁금 1천만원과 약간 의 선거운동비용은 별로 아까울 게 없는 것이다.
이번 후보 난립의 또하나의 원인에는 내년의 地自制 선거가 작용하고있다.사실 이번 보선 출마자가운데 내년도 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선거,96년의 15대 총선을 겨냥해 연습삼아 출마한 이들도 적지않다.
돈이 없어도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선거제도가 마련됐으므로 이번에 얼굴을 알려놓는 것만으로도 족하며 낙선하는 것이 그다지두렵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정치新人.群小후보 난립양상은 자치단체장 선거와15대 총선에서도 재연될 것이다.이러한 현상을 반드시 나쁘다고할수는 없다.그동안 숨겨진 무명 정치인이 유명인사를 제압하는 이변발생의 빈도는 앞으로 더욱 잦을지 모른다.
〈李相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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