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송장이 안 되고 떳떳이 걸어나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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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무현(얼굴) 대통령은 내년 2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 남은 임기(5개월)와 관계없이 그는 당당하다. 8일 한덕수 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 연설에서도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할 일을 책임 있게 해 나갈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했다.

이런 노 대통령이 품고 있는 생각의 편린(片鱗)들을 엿볼 수 있는 발언들이 공개됐다. 인터넷 언론매체인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가 8일 연재하기 시작한 '인물연구 노무현'이란 글에서다. 오 대표는 노 대통령과 9월 2일과 16일 두 차례 청와대에서 만나 모두 8시간 동안 대화했다고 밝혔다.

이 시기는 변양균 전 정책실장,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관련된 비리 의혹 수사가 한창일 때였다.

노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각오로 "자기방어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며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막판에 언론에 타살당했다. 나는 송장이 안 되고 떳떳이 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참여정부의 권위주의 해체와 권력 분산은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며 "검찰은 장악하려야 장악도 안 되지만 일부러 검찰 신세를 절대 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임기 끝내고 살아서 내 발로 걸어 나가고 싶어서였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퇴임 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학 교과서를 쓰고 싶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러면서 후회의 감정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는 "말씨와 자세에서 대통령 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토로했다. 2005년 8월 제안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방안에 대해선 "나의 자만심이 만들어낸 오류로 아주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음 대통령은 좀 부드러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그는 "정치권력은 하나의 권력일 뿐, 진정한 의미의 권력은 시민사회에서 나온다"며 "대통령을 퇴임하는 나는 권력으로부터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권력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다. 시민사회 속으로…"라고 말했다. 퇴임 뒤 어떤 형태로든 사회 참여 활동을 하겠다는 뜻이다. 오마이뉴스 측은 '인물연구 노무현'이란 글을 6~7차례 연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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