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週 비안오면 농사끝장 농부들 水路바닥 파내 물기짜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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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번 주가 고비지라.그안에도 비가 안오면 올해 농사는 끝장이구만요.』 전남보성군조성면 석부마을에서 45년 광복이후 줄곧농사를 지어왔다는 鄭板東씨(62)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평생 이런 가뭄은 처음 보았다고 한다.
17일 오후 말라붙은 水路 바닥을 중장비로 파서 땅속에 스며있는 물기를 짜내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鄭씨는 하루가 다르게 거북등을 닮아가는 1만3천평의 벼논 생각에 애간장이 탄다. 경남사천군서포면다평리 朴國平씨(51)는 이제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이 두렵다.
5월말부터 한달 보름이 넘게 계속된 가뭄이 우물과 개천을 하나씩 말리고이제 물기가 남아있는 마지막 젖줄인 두르머리 저수지도 20일께면 말라버릴 것 같다.
물이 마르면서 저수지 가장자리로 허옇게 떠오른 붕어떼들이 안타까움을 더해준다.바닷가 간척지인 이웃 다맥부락은 논바닥이 마르다 못해 갈라터지면서 벼가 포기째 벌겋게 타고 아예 소금기가허옇게 드러난 곳도 수두룩하다.지난해 冷害가 남 긴 상처를 씻기도 전에 엄습한 올해의 지독한 가뭄은 특히 경남과 전남지역에서 피해지역을 급속히 확산시키고 있다.
17일 현재 전국의 가뭄피해지역은 전체 벼재배면적의 3.3%에 해당하는 3만6천8백64㏊.이중 전남이 1만9천6백49㏊(재배면적의 9.9%)로 면적이 가장 넓고,경남은 전체 면적의 12.4%인 1만6천5백30㏊가 피해를 봐 피해율 이 가장 높다.전체 피해면적은 사흘전인 14일의 2만1천1백51㏊에 비해74%이상 늘어났다.전남과 경남지역의 금년 강우량이 작년 같은기간의 절반선을 겨우 웃도는 바람에 저수율이 30% 안팎까지 떨어져 있어 피해면적은 하룻밤 자고 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그러나 이번 가뭄이 예년에 없이 지독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 절망적인 단계는 아니다.우선 물공급이 제대로 되고 있는 수리안전답은 거의 피해가 없다.
지난 15,16일 양일간 경남과 전남의 가뭄지역을 돌아본 崔仁基농림수산부장관은『전체적으로는 아직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수리시설이 뒷받침되지 않는 지역의 피해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피해지역의 대부분이 빗물에만 의존해온 천수답과 소금기가 충분히 가시지 않은 간척지다.郡단위로 가장 피해가 큰 경남사천군과 전남고흥군이 대표적인 예다.
시기적으로 이번 주말까지는 벼의 생육단계상 물이 그리 많이 필요한 시기가 아니다.
그러나 콩과 고추같은 밭작물은 벼와 달리 지금이 수분을 가장많이 필요로하는 시기여서 이대로 가면 30%가량의 수확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번 가뭄 피해가 천수답이나 다락논처럼 수리불안전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다.
李圭潤 사천군수가 지난 주말 가뭄현장을 찾은 崔농림수산장관에게『청암댐 물길을 1년만 앞당겨 끌어오도록 해달라』며 매달린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웃 하동군은 89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청암댐이 넉넉히 물을대주고 있어 가뭄피해가 거의 없다.
사천군까지 청암댐 물을 대주는 공사는 97년까지로 예정되어 있다. 결국 天災앞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꾸준한 투자 밖에 없다.
[慶南泗川郡.全南高興郡=孫炳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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