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 "밀실… 私薦…" 파열음 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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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이 밀실 공천.기획 공천.사천(私薦)을 하고 있다."(김무성 의원)

"용어를 신중히 선택하라. 사천이 무슨 얘기냐."(최병렬 대표)

한나라당의 공천 파열음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2일 상임운영위원회의에서 김무성 의원은 최병렬 대표를 면전에서 비난했다. 金의원은 지난달 30일 면접 토론만으로 세 명의 유력 후보를 선정한 부산지역 공천 과정을 문제삼았다.

"대선 패배 후 새롭게 태어나자고 경선 원칙을 만든 당이 경선 후유증을 우려해 여론조사를 하겠다더니 이제는 면접 토론이란 묘한 방법으로 미리 내정한 사람들을 공천 후보자로 발표하고 있다."

金의원은 "부산 연제의 김희정씨를 포함해 세 명이 모두 '한국의 길' 회원"이라며 "지역 의원들에게 물어보지도 않은 채 경쟁력이 없는 사람들을 뽑았다"고 했다. "이는 검증되지 않은 실험정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한국의 길'은 지난해 12월 새로운 보수, 젊은 지식인 네트워크를 내세워 창립한 연구모임. 진덕규 한림대 특임교수가 이사장이며 한나라당 30, 40대 보좌관들이 일부 가입했다. 이번에 발기인 중 아홉명이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崔대표는 金의원의 이의제기에 대해 "도대체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 "사천이 무슨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회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공천 파열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권태망 의원은 이날 '공천심사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서'를 당내에 배포했다. 權의원은 "지금까지의 공천심사 과정 회의록 일체를 공개하라"면서 "납득할 만한 답변이 없을 경우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반발했다.

당 지지도 정체에 이어 터져나온 공천 잡음 등으로 총선 70여일을 앞둔 한나라당은 휘청거리고 있다.

◇불붙는 공천 로비=공천 작업이 중반에 접어들면서 로비전도 뜨겁다. 공천심사위원들은 대부분 휴대전화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신청자 9백여명으로부터 분(分) 단위로 걸려오는 전화 때문이다. 김문수 위원장의 경우 하루 1백여통이 넘는다

金위원장은 "공천심사 후 지역구 활동까지 하느라 밤늦게 귀가하는 데도 무작정 집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집에 찾아오면 이름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라고 말했다. 홍준표 위원은 공천심사가 시작되면서 가족들에게 "나는 집에 있어도 늘 없는 거다"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반면 불법 정치자금 수사의 여파로 금품 로비는 눈에 띄게 줄었다. 물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지난주 한 공천 신청자는 의원회관으로 선물세트 등을 가져왔다가 "이러면 역효과가 난다"는 보좌관들의 설명에 도로 가져갔다고 한다. 협박성 로비도 여전하다. 영남의 한 의원은 무소속 출마설을 흘리고 있다. 심사위원 중 외부 인사들은 '날 좀 보소' 로비에 시달리고 있다. 강만수 위원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자기소개서 등을 한 보따리 안긴다"고 말했다. 崔대표는 이날 "공천 로비나 청탁이 지나치다"며 "로비를 하는 사람은 심사 대상에서 제껴버려야 한다"고 공개 경고했다.

박승희.이가영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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