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총장, 임명하되 독립적 인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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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의 임기가 각각 11월 23일, 내년 2월 9일 끝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후임자를 임명하는 게 옳으냐를 놓고 논란이 많다. 한나라당은 대선의 한가운데서 현직 대통령이 권력기관의 장을 임명하면 대선 중립이 훼손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주요 기관의 장은 후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명박 후보 땅 수사에서 보듯 검찰은 정치적 고려라는 의혹을 받을 행동을 했다. 재발이 없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에 임명되는 검찰총장은 1년9개월간 차기 정권과 일하게 된다. 그러니 차기 정권을 맡으려는 세력은 그 오랜 기간 전임 정권이 넘겨준 인물과 일하기보다 새로 2년짜리 검찰총장을 자신들이 선택하기를 원할 것이다.

이런 생각에는 검찰의 독립성에 대한 강한 의심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검찰총장은 자신을 임명해준 대통령 쪽으로 편향될 거란 의심이다. 오랜 세월 정권들은 그런 불신을 키워왔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불신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가 왔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2년 동안 독립적으로 검찰을 운용하라는 국가의 지침이다. 일단 이런 임기제를 정상적으로 진행시켜야 한다. 혹시 염려했던 일이 발생하면 여론과 언론의 감시로 대처하면 된다. 대통령은 후임자를 임명하되 이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인물을 골라야 한다. 그리고 임명되는 후임자는 사회의 걱정을 의식해 더욱 옷깃을 여미고 검찰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수호해 나가야 한다.

대통령의 잔여 임기는 결정적인 게 아니다. 3개월이어서 문제라지만 6개월 또는 1년도 마찬가지다. 임명권자의 잔여 임기를 고려하기 시작하면 모든 임기제가 흔들린다. 후임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새로운 내 사람’을 고집하면 ‘비(非)독립적 검찰총장’이란 잘못된 인식을 조장하는 것이 된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의 것이 아니라 국가의 것이다. 국가가 넘겨주는 인물을 독립적으로 쓰는 것도 현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