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태음인 … 와인 절제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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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다녀온 도올 김용옥(세명대 석좌교수) 중앙일보 기자의 특별강연이 7일 오후 8시 KBS1-TV를 통해 방영됐다.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의 제목은 '남북 정상회담 특별기획-도올의 평양 이야기'.

이번 첫 평양 방문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처음 봤다는 도올은 "사상의학으로 본다면 김 위원장은 태음인으로 보이는데, 태음인과 포도주는 궁합이 잘 안 맞으니까 좀 절제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도올은 원광대 한의대를 졸업한 한의사이기도 하다.

그는 "개성 시내를 통과하며 본 북한에 대한 첫인상은 실망"이라고 털어놓았다. 특히 '연출된 풍경'을 아쉬워했다. 이어 평양 시내에 운집한 인파의 환호성을 접하고서는 "이 사회를 어떻게 봐야 하나" 하는 생각에 밤새 고민했다고 했다.

이 같은 고민을 동행한 백낙청('창비' 편집인)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토로했고, "나도 공감하나, 그 모습에 대해 우리도 책임이 있다. 저 역사를 우리도 참여해 만든 것이다"라는 백 교수의 지적에 생각을 고쳐먹게 됐다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한 예로, 우리가 북한의 개혁.개방이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개혁의 '혁'자에는 혁명의 의미도 들어 있기에 북한 입장에서 보면 "흉악한 얘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됐던 '아리랑' 공연에 대해 그는 오히려 "한번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유로운 사상가로서 집체적 통일성을 실존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웠다"면서도 "그것이 북한 사람들의 삶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런 공연에 나선 아이들에게 외국어나 수학을 가르치고 더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통일에 대해 도올은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20세기 제국주의와 냉전시대를 종식하는 세계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는 더 이상 묻지 말고, 오늘을 원점으로 미래만을 설계해 나가자"는 견해를 밝혔다. 원점이란 양쪽 체제가 너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그는 삼국통일 시대를 이끌어간 사상가 원효 대사의 일심(一心)사상을 인용했다. "이념의 세계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 모두가 한마음, 큰 마음으로 통일을 향해 남은 문제들을 풀어갔으면 합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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