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로원.경로당등 소외된 이웃에게 복더위 문안인사-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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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 무더위에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조선조 중기부터 옛선비들은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기간에 문중의 어른이나 부모.스승등 윗사람을 섬기는 세시풍속으로 더위에 건강을 묻는 暑中問安을 올렸다.
「暑中問安」서신은 조선중기 대학자인 栗谷 李珥선생이 어머니 사임당 申씨에게 절기문안으로 보낸 것이 효시로 영남지방에 크게번져 조선조 사대부집안과 선비들에겐 여름철 세시풍속으로 보급되었다. 이같은 세시풍속은 해방전과 1950년대까지 크게 유행했으나 60년대이후 자취를 감춰 맥이 끊어진 상태.
언제부터인가 이같은 인정어린 관심조차 메말랐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13일 초복을 맞아 어느 50대 중소기업인이 아무도 찾지 않는 양로원.경로당등 소외된 이웃들을 직접 방문,수박등을 전하고 건강을 염려해 복더위를 식히는 청량제가 되 었다.
이름 밝히기를 끝내 거부한 그는『대구지방의 특성이 있다면 그것은 서로 나누는 인심』이라며『명절이나 연말에 노인보호시설이나불우이웃을 찾는 반짝인심이 싫어 혼자 11년째 복더위문안인사를드리고 있다』고 귀띔.
연일 낮최고온도가 섭씨 40도에 가까운 가마솥 더위를 보이고있어 자칫 가족이기주의에 빠져 전력소비나 물소비마저 절제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삼스레 조선 선비들이 시작한「暑中問安」을 소개하려는 기자를 그는 부끄럽게 만들었다.
[大邱=金善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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