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잘 나가는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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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수액패치를 만드는 KJI공업은 지난달 말 처음으로 프랑스에 수출을 했다. 수출 물량의 절반 정도를 일본에 수출하던 중 원-엔 환율이 급락하면서 고전을 거듭하다 올봄부터 수출지역 다각화를 위해 유럽시장의 문을 두드린 게 성과로 이어진 것. 최근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일반의약품’ 승인도 받아 미국 월마트에 제품 공급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 홍기진 대표는 “환율 때문에 고생하다 생존을 위해 다른 시장을 뚫으려고 노력했더니 시장이 열리더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910원대로 떨어지면서 다시 수출업체들이 비상이지만 수출호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수출 업계가 새 거래처를 발굴하고, 수출 단가를 높이거나 결제통화를 원화로 바꾸는 등 저환율시대에 살길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7일 발표한 ‘올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E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EBSI지수는 126.8로 지난 분기(119.7)보다 7.1포인트 올랐다. 이 지수는 지난해 4분기 98.4에서 올 1분기 100.1로 오른 뒤 4분기 연속 오름세다. E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업체 수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 2분기 수출채산성도 76.8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5% 올랐다. 수출비용 대비 수출가격을 나타내는 수출채산성이 전년도보다 상승세를 기록한 것은 11분기 만에 처음이다. 박필재 무협 연구원은 “환율이 떨어지고 수출비용은 올랐지만 업체들이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올려 수출채산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수출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달러표시 가격이 4.7%(원화표시 2.4%) 올랐다.

 결제통화를 달러에서 원화로 바꾸는 등 적극적인 환율 방어에 나서는 수출업체들도 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설비 금액을 100% 원화결제로 체결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를 생산하는 루펜리는 최근 일본 업체와 6만 대 분의 수출계약을 하면서 결제통화를 원화로 했다. 신발 생산업체 한신코리아도 최근 일본 거래처에 요청해 원화 결제를 성사시켰다.

 ‘환 헤지’를 통해 환율 하락에 대처하는 중소기업도 늘고 있다. 섬유업체인 글로벌 첼린지는 매달 20만 달러씩 950원에 파는 선물환 계약을 올해 초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940원대였던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해 선물환 계약을 체결했다”며 “현재 환율이 910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손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역업체 썬테크는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꾸지 않고 수입대금으로 사용하는 ‘매칭’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송송이 무협 연구원은 “기업들이 신기술 개발과 수출시장·결제통화 다변화로 환율 하락의 어려움을 이겨나가려는 노력이 전에 없이 왕성하다”며 “정부도 이런 기업의 노력이 수출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환율·금리 등 거시경제지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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