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법案 어떤 내용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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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번으로 일곱번째 시도되는 농지법 제정안의 골자는 농사를 지으려는 사람(農業人)이나 기업(농업법인)을 일단 분명히 가린 후 그들에 대해서는 농지 소유.이용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자는 것이다.
농민이나 농가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농지를 잔득 묶어두고만 있느니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에게는 농지를 쉽게,얼마든지 가질 수 있게 해서 대규모 기계화 영농의 기반을 가꿔가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법안은 농지를 새로 사려면 거주지로부터 거리가 20㎞이내(통작거리제한)이거나 농지소재지역에 6개월을 거주(사전거주의무)해야만 가능하도록 했던 종전의 중요한 규제조항을 없앴다.대신 농사를 꼭 짓겠다는 농업경영의사와 능력 만 확인되면 누구든,어디 살든 농지소유를 허용할 방침이다.
예컨대 서울에 살면서 전국 어디든 농지를 갖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대상지역이 농업진흥지역이면 상한선 없이 얼마든지 농지를 살 수가 있다.
다만 농지소재지의 농지관리위원회가 농지를 사려는 사람이나 기업의 영농계획서.농기계.자금조달.인력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해서 농지매매증명을 떼줘야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농지소유자격을 농업인 뿐아니라 일종의 기업농인 농업법인으로까지 확대한 점과 함께 이같은 농지소유자격및 규제완화는 농지보전에만 치중해온 종래의 제도에 비하면 획기적인 전환이라 할만하다. 불과 1년전에 농림수산부가 마련했던 농지법안만 해도 통작거리제한과 농지소유 상한선을 분명히 두고 있었다.
이같은 농지법 제정방향은 어차피 농업개방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실력있는 농사꾼이 절실히 필요하게 된 현실을 감안하면 올바른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역시 투기방지에 있다.정부가 마련한 법안은 농지구입단계에서는 농지관리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로,보유단계에서는 농사를 짓지않는 경우 처분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가 전반적으로 완화된만큼 투기꾼들에게는 허술한 구멍이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에 처음으로 등장한 農業人의 개념이나 범위부터 제대로 규정해야 하며,농업경영목적에 대한 심사나 사후관리등을 시행령.시행규칙등에서 좀더 세심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孫炳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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