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大經總聯은 평양의 앵무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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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金日成의 죽음으로 나라안이 어수선한 가운데 11일 대구에서는평양거리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유인물이 뿌려져 시민들을 경악케했다. 『북한의 지도자 金日成주석의 서거를 민족의 이름으로 애도한다』는 말로 시작된 대구.경북지역총학생회연합(大慶總聯)명의의 이 유인물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통일의 대상인 북한의 지도자에 대한 마땅한 도리』라고 까지 논리를비약시켰다.
이 유인물은 또 『金正日 당비서는 두뇌가 명석한 편이고 결단력.추진력.예술적 감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의 후계는 세습체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기상천외한 주장도 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말하려고 한것인가.
金日成의 죽음이 전세계의 눈과 귀를 모은 것은 세계에서 최장의 1人지배체제를 유지했다는 점과 사회주의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무너졌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철권통치를 해왔다는 것 정도 때문일게다.
그런데 知性을 말하는 대학생들이 이같은 사실은 덮어두고 평양의 주의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이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술 더떠 金正日 후계체제를 세습이 아니라고 주장한 대목을보면 더욱 그렇다.
70년대부터 북한에서 나온 『代를 이어 충성하자』는 구호는 어떤 뜻으로 해석할 것인가.
우리나라가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이니까 어떤 생각을 가져도 좋다고 백보 양보하더라도 이처럼 철저하게 선전도구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金日成이 현대사에 남긴 자취를 살펴보면 功보다는 過쪽이 훨씬무겁다 아니할 수 없다.
이나라 강토를 피로 물들인 민족상잔 6.25전쟁의 主犯이었고,집권 반세기 동안 1천만 이산가족들에게 편지왕래 한 번 못하게 한,그래서 「이산의 아픔」을 강요한 反인륜적 행위를 자행한사람도 바로 그였다.
이제 우리는 냉철하게 金日成의 죽음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大慶總聯이 주장하는 것처럼 金日成이 진짜 우리민족의 자유와 행복을 보장해준 「민족의 지도자」이며 그래서 진심으로 그의죽음을 애도해야 할 것인가를 말이다.
〈大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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