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統一경계 路線갈등 증폭-김일성사후 在野.학생운동권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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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金日成 사망이 재야.학생운동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아무도 예상못한 돌발사태에 놀랐던 시민들은 곧 평상으로 돌아갔지만 그동안 민간주도 통일운동을 내세우며 金日成과 그 체제에 대해 소극적 용인에서부터 맹종에 이르기까지 여러갈래 태도를 보였던 재야.학생운동권은 새로운 진로 설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북한의 정세가 아직 가변적이어서 일단은 관망하는 자세이나 사회일각에서 고개를 들 움직임인 흡수통일론엔 반대의사를 확인하고있으며「主思派」등 학생운동권 내부에서는 심각한 노선갈등도 예상된다. ◇재야단체=최대 통일운동세력인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민족회의)는 金正日체제가 안정을 찾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제도권의 분석에 동의하면서 金正日이 金日成의 노선을 그대로 승계할게 확실하기 때문에 통일운동 방향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사회 일각에서 머리를 들고 있는 흡수통일론에 대해선 경계를 보낸다.즉 체제붕괴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은 흡수통일 의사와 다름없기 때문에 북한의 문호를 더 닫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민족회의는 합법공간내에서 정상 회담 개최의당위성등 통일문제에 대한 전후세대의 인식을 넓히기 위해 강연.
토론회를 개최,대중성 확보에 주력하고 오는 8월15일에는 남북인간띠잇기대회와 범민족대회등 제반 통일운동 세력들을 한데 모아「통일염원 겨레한마당」을 마련할 방침 이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도 金正日체제 역시 金日成의 체제.정체를 계승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빠른 시일내에 문호를 열 것으로 전망했다.
남북인간띠잇기대회본부 金英周사무총장은『정상회담을 향하던 좋은분위기가 깨지는 바람에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8월15일 대회 개최 원칙과 가두홍보 활동외 모든 준비작업을 보류시켰다』면서 金日成 사망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
◇노동운동단체=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全勞代)는 이제까지 노동운동이 정치적 요소에 따라 영향을 받기보다는 생존권적 투쟁이나노동정책의 제자리걸음에 대한 문제제기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金日成 사망과는 관계없이 노동운동단체의 노선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全勞代 李鎔範대변인(35)은『현재까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앞으로의 환경변화를 지켜보면서 관망하게 될 것이지만 분단상황의변화에 대한 대응방식도 통일이후의 노동정책이나 남북간 노동운동교류등과 같은 의제로 점차 구체화될 것』이라 고 말했다.
◇학생운동=主思派들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온 金日成의 사망은이들에게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이 때문에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韓總聯)은 金日成 사망이 알려진 뒤 3일이 지나도록 아직 공식 논평 한마디도 내지 못하는등 앞으로의 진로선택에 고민하고 있다.지도부는 9일부터 연일 시내 모처에서 긴급모임을 갖고 있지만 입장정리에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있다. 韓總聯의 한 관계자는『金正日이 金日成의 이념과 체제를 그대로 이어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金正日의 노선방향을 봐가면서 그대로 따를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申成湜.姜甲生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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