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통 보장과 수익성이 관건" 기업들 경협 전제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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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4일 밤 청와대 앞 수행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서울 종로의 한 해장국집으로 이동해 박정인 부회장 등 수뇌부와 두 시간 동안 향후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대북 사업에 대한 구체적 검토를 지시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인프라와 경제 현실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계열사인 글로비스와 로템이 경의선 화물열차 개통 등에 참여하거나 현대제철이 북한의 철광석 개발에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 둔다는 복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업을 시작할 때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정 회장의 특성상 퍼주기식 경협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북측이 기업 투자가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시스템과 제도를 갖춰 주고 3통에 대한 보장과 전력.용수 등의 인프라가 확충된다면 기존 사업을 포함한 신규 분야 투자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남북한 합동 조선소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빠를 경우 2009년 초께 안변에 블록 공장을 설립해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연 20만t(1억~1억5000만 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남 사장은 공장투자 조건으로 3통 문제와 더불어 자금의 원활한 이동을 추가한 '4통' 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다음 주께 SK경제.경영 연구소의 분석 자료를 받아볼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총리급 회담이 예정된 11월까지 그룹 차원에서 추진 가능한 경협 분야를 확정하겠지만 그룹 구성원들이 인정할 만한 성과물이 있는 사업이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문 중소기업협회 중앙회장은 "남측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3통이 합의 내용에 들어갔다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문제가 한두 달 안에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북한 체제는 우리와 달리 인식과 변화의 속도가 더뎌 기업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표재용.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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