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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단일체제」 가시화/시신공개로 본 권력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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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사 유영구 북한전문기자 분석/오진우·강성산 동행… 군·정장악/김용순 최측근… 정상회담 기대
북한이 11일밤 TV를 통해 김일성 시신을 공개하며 김정일이 빈소를 방문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권력승계구도를 둘러싼 여러 관측을 잠재우려는 정치행사의 의미를 갖는다.
TV화면은 김정일이 시신앞에서 배례할때 그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오진우인민무력부장,왼쪽에 강성산총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내보내 군과 정부 최고수뇌의 김정일 지지 구도를 분명히 보여주었다.
또 김영주·박성철·이종옥등 부주석들의 모습은 조문객과 악수를 나누는 김정일 옆으로 서열에 따라 도열해 있고,TV카메라는 이들을 지나가며 비추는 식이었다.
이는 김정일의 지도권을 분명히 하고,나머지 당·정·군 핵심지도자들이 일치해 그를 지지한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으로 볼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의 권력 체제가 당총비서와 국가주석을 분리할 것이란 외부의 관측보다는 김정일중심의 수령 유일지도체제로 나갈 것임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8일 김일성 사망에서 11일 밤까지의 동향으로 보면 몇가지 관측이 가능하다.
우선 8일중 북한권부의 핵심이 노동당 비상정치국회의를 열어 김일성 사망에 따른 김정일 승계를 이미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오진우등 빨치산출신의 원로들과 전병호당비서등 당료,강성산등 행정경제관료등의 대표세력들이 김정일에게 충성서약을 하고 「추대」키로 결정하는 분위기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회의에서는 김일성 사망 사실을 9일 정오를 기해 대외적으로 발표키로 하고 이에 앞서 가장 중요한 우방 중국에 사전 통보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장례일정·장의위원회 구성을 확정한 김정일등 핵심세력은 11일까지 당중앙위원·후보위원,최고인민회의대의원들을 포함한 당·정·군의 주요 인사들을 평양으로 집결시켰고,이날 저녁에는 일단 당정연합회의를 개최했을 가능성이 크다.
연합회의에서 김정일의 당총비서·국가주석 「추대」절차를 밟았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공식발표는 장례식 뒤로 미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회의에선 승계와 충성분위기만 고취하고 장례식 이후에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각각 열어 당총비서와 국가주석의 추대행사를 거창하게 가질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추대」정치행사를 북한체제의 권력안정을 내외적으로 시사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밤 김일성 빈소에 모인 인물중엔 김정일의 뒷줄 오른편에 그의 여동생 김경희 당경공업부장의 모습이 이례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당국제부에서 인사담당을 맡아 외교테크노크라트와 깊은 유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남편 장성택 당청소년사업부장은 김정일의 총애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주요 실세로 부상하리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한편 김정일의 뒷줄 왼편에는 김일성의 후처 김성애 여맹위원장등 가족의 모습이 보여 가족불화설에도 불구하고 권력은 김정일에게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김정일의 바로 뒤편에 김용순 대남비서가 빈번히 눈에 띄어 그가 권력실세중 한사람이고 김정일의 최측근임을 시사했다.
김용순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의 북측 대표단장임을 감안하면 김정일이 남북정상회담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는 시그널로 읽힐 수도 있어 정상회담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12월「2·8비날론연합기업소 지배인」으로 좌천됐다는 설이 끈질기게 나돌던 김달현 전부총리도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남북경협을 포함해 대표적인 개방파 인물인 그는 김정일의 측근으로 알려져있고,좌천설 속에서도 그가 김정일의 경제고문을 맡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어 왔다.
또 한덕수 조총련의장의 자리배치를 보면 재일조총련계 동포들을 의식한 배려로 파악된다.
북한이 밤늦은 시간에 TV보도를 한 것은 북한주민 뿐만 아니라 북한내부의 동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외부세계를 겨냥해 김정일 권력승계에 이상이 없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할수 있다.
◎권력승계 법적절차/총비서는 당중앙위,주석은 최고인민회의서 선출
김정일은 어떤 법적 절차를 거쳐 대권을 차지할 것인가.
우선 북한의 권력구조상 최고권력자는 제도적으로 당과 행정조직,군의 최고직을 모두 장악해야 한다.
즉 조선노동당의 총재에 해당하는 당총비서,행정기관의 수장인 국가주석,그리고 실질적으로 군통수권을 행사하는 국방위원회 위원장 등 3관왕을 차지해야 하는 것이다.
조선노동당 규약에 따르면 총비서는 당중앙위원회가 선출토록 돼있으며,6개월에 1회이상 전체회의를 소집하는 당중앙위는 1백45명의 정회원과 결의권이 없이 발언권만 가지는 1백3명의 후보위원,기타 준후보위원들로 구성된다.
그러나 총비서 선출에 있어서 직접적인 역할을 할 기관은 중앙위 산하의 당정치국과 비서국이다.
정치국은 김일성·김정일·오진우등 3명의 상무위원과 10명의 위원,8명의 후보위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비서국은 총비서와 김정일등 11명의 분야별 비서로 구성돼 있다.
대외적으로 북한정부를 대표하는 국가주석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출하나 6백87명으로 구성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은 거수기 역할만 할 뿐이어서 주석은 당에서 사전에 결정된다.
이밖에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은 통상 총비서가 겸임 추대되므로 별도의 선출절차를 거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김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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