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털고 차분해진 시민생활-김일성 사망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갑작스런 金日成의 사망소식으로 「충격」에 빠졌던 사회 분위기가 평상을 회복했다.
일부에서 우려했던 동요나 혼란없이 성숙한 시민의식이 확인된 가운데 노동계에서는 일부 대기업노조가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全勞代)도 소속 사업장에 대한 쟁의수위를 낮출 것을 권고하는등 전반적인 자제 움직임이 확산 되는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재야.학생운동권도 각각 긴급회의를 소집,향후 운동방향에 대한논의를 벌이는등 金日成 사망에 따른 파급영향은 보이지 않게 확산될 움직임이다.
◇노동계=이번주에 집중적으로 파업을 벌이기로 했던 조선.자동차업종 대기업노조가 金日成사망으로 인한 全勞代의 파업자제 방침에 따라 파업을 중단하거나 쟁의수위를 낮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올해 노사분규가 막바지 고비를 맞고 있다.
全勞代는 9일 『노동운동도 金日成사망으로 인한 남북관계와 국내 정세의 변화에 무관할 수 없는만큼 당분간 쟁의행위를 자제하는 것이 민주노조운동의 성숙한 역량을 발휘하는 바람직한 자세』라는 입장을 잠정적으로 정리한데이어 주초에 대표자 회의를 소집해 이번사태와 관련된 재야노동계의 최종입장을 산하노조에 전달할것으로 알려졌다.
16일간 파업을 벌여온 현대중공업노조는 10일 중앙쟁의대책위회의를 열고 11일부터 17일까지 1주일동안 사실상 파업을 중단하고 정상조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현대중공업은 李甲用위원장이 現總聯 의장을 맡고 있는 現總聯 핵심사업장이어서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정공과 9일 쟁의발생을 결의한 미포조선.현대정공노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1일부터 파업의 강도를 높이기로 했던 기아자동차노조는 11일 하룻동안 전면파업을 벌이되 이날 오후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중단여부를 논의키로 했다.
지난주에 파업돌입을 결의한 대우자동차.아시아자동차노조도 11일 중앙쟁대위를 소집,상황변화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책을 논의할예정이다.
◇재야.학생운동권=운동권 단체들은 金의 사망이후 전개될 남북관계에 대한 정세분석과 그에따른 전략을 세우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으나 북한의 상황전개가 가변적이어서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재야 51개 단체가 연합한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상임의장 李昌馥)는 9일밤 긴급심야회의를 갖고 『북한은 김정일 승계가 이뤄져 체제 자체의 변동은 없겠지만 체제불안으로 당분간 남북교류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그러나 흡수통 일을 반대하고 상호체제를 인정하는 광의의 연방제통일안을 지지하는 우리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조국통일 범민족연합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권력변화와 상관없이 8월15일로 예정된 범민족대회를 강행할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韓總聯)도 9일 긴급간부모임을 가졌다.
한총련은 『북한사회에 별다른 혼란이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며 체제가 그대로인 이상 연방제통일방안등 학생운동의 방향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일부 운동권학생들은 金의 사망에 대한 애도표현 여부를 놓고 내부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李夏慶.表載容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