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창작단 만들어 수령 우상화/“후계자” 김정일의 예술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종자론」·「주체이론」 창작지침으로/80년대이후 자신의 생각 정책화주력/『피바다』『백두산』 등 혁명영화 직접제작
김일성의 뒤를 이어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된 김정일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이 아직 베일에 싸여있고 그동안 단편적으로 국내에 소개된 내용조차 부정적인 것이 대부분이다.그러나 사실은 80년대 이후부터 그의 생각과 사상은 북한 사회를 이 끌어가는 주요정책방향이 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그의 문예관은 북한주민들의 일상의식을 좌우하는 모든 문화예술의 실질적인 창작지침이 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김정일의 문예관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가.
이는 한마디로 김정일의 독창적 사상이라고 북한이 선전하는 「종자론」과 「주체문예이론」에 집약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술분야서 경력
이들 이론은 김정일이 노동당 조직지도부 지도원을 거쳐 66년선전선동부의 지도원이 된 이후부터 공식 후계자로 지명되기까지 선전선동부 영화예술과장,선전선동부 부부장,담당비서등 문학예술분야에서 주요경력을 쌓으면서 창안해낸 것들로 알려 져 있다.
종자론은 북한에서 1972년 발간된 『문학예술사전』에 맨처음 등장한다.그러나 영화광으로 알려진 김정일이 73년에 발표한 그의 대표적 저서 『영화예술론』에 그 주요내용이 뚜렷하게 부각되면서 이후 북한의 모든 문화예술 창작품은 종자론에 따라 창작되고 평가받게 됐다.
종자론에서 말하는 종자는 문예작품에서 소재,주제,사상을 한데 뭉뚱그려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단일개념이다.
말하자면 종자에 의해 소재와 주제가 유기적으로 결합돼 사상성과 예술성이 한꺼번에 드러나는데 현실을 보는 정확한 정치적 안목이 있어야 좋은 종자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종자는 바로 김일성의 혁명사상과 주체사상,당의 정책,그리고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에 있다는게 종자론의 핵심이다.
종자론과 함께 김정일 문예관의 양대 축을 이루는 주체문예이론은 김정일이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태동된 이론이다.
주체문예이론은 북한의 모든 문예창작은 북조선에 사회주의혁명을 가져온 김일성에 대한 충성심과 찬양을 구체화해야하며 아울러 주체사상처럼 북한의 독자성에 맞는 민족적 형식을 창조해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김정일의 문예이론이 지향하는 목표는 주체사상에 입각해 김일성중심의 유일사상을 고취시키는데 있다.
김정일은 자신의 문예관에 따라 문학에서 『백두산기슭』『근거지의 봄』을 비롯해 혁명가극 『피바다』『꽃파는 처녀』,혁명영화라 불리는 『조선의 별』『백두산』등의 제작을 직접 지도했다.
○재능인정 받기도
이들 작품은 북한 사회에서 대중적 인기를 끄는 한편 사회주의사상과 주체사상을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선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예술적 재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문예관이 북한의 문예창작에 미친 영향은 서방세계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없는 집단창작단을 만든데 있다.
김정일은 김일성을 위대한 지도자로 형상화하는 작업들이 한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전제아래 4·15창작단,백두산창작단,왕재산창작단등 집단창작단을 만들었다.
이들 집단창작단이 제작한 대표적인 작품중의 하나가 소설 『조선의 별』이다.
이 작품은 백두산창작단이 82년 김일성 70회 생일을 기해 착수한 10부작 이상의 대하소설로서 1백여명의 작가가 공동집필에 참가했다.
○사상일체화 강조
또 평양시내의 대표적 명소로 알려진 조선혁명박물관 앞의 높이 12.85m의 대형 김일성동상을 비롯해주체사상탑,천리마동상등도 이들 집단창작단에 의해 만들어졌다.
김정일은 90년대 들어서도 『무용예술론』『미술론』『음악예술론』『건축예술론』『주체문학론』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문화예술전반에 자신의 생각을 정책화하고 있는데 그의 권력후계작업이 굳혀진 뒤에는 선전선동차원에서 문화예술활동을 통한 북한주민의 사상적 일체화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윤철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