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미월드컵>절정의 황홀 골인순간 百態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눈앞이 하얗다.『골인,골인!』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이 아련하게 들린다.구름 위에 떠있는 것 같은 짜릿한 느낌,뒤쫓아온 동료들과 얼싸안고 뒹굴 때의 감격….
축구선수가 가장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바로 슈팅하는순간 발에 닿는 볼의 감촉으로 골인을 직감할 때.볼이 골 네트를 가르는 순간 골을 넣어본 선수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환희가 밀려온다.관중들 역시 이 순간을 기대하며 9 0분을 지켜본다. 그러나 국가대표팀간 경기에서 골을 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에선 더욱 힘들다.때문에 골을 넣은 후 그처럼 감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스페인과의 경기에서 동점골을 성공시킨 徐正源은『세상이 조용해지고 골문의 빈 곳이 보였다.정확히 구석으로 차 넣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골인 직후 두 팔을 치켜든 채 괴성을 질러대는 그의 모습에서 냉정함은 찾아 볼 수 없었다.약물복용 혐의로 추방된 마라도나 같은 월드스타도 그 감격은 마찬가지다 .그는 카메라에 바짝 다가가 괴상한 표정을 짓는 것으로 유명하다.
냉정하게만 보이는 독일의 스트라이커 클린스만도 득점 후까지 침착할 수는 없다.두손을 번쩍 들고 달리는 모습이 독일의 상징인 「비상하는 독수리」를 연상케 한다.공중을 날아오르는 洪明甫의 모습은 어떤가.이번 월드컵에서 당당히 월드스타 로 발돋움한선수답게 제스처도 세계적 수준이다.반면 혀를 낼름 거리는 라두치오이(루마니아)의 표정은 애교만점이다.90이탈리아월드컵이 탄생시킨 영웅 로저 밀러(카메룬)가 남긴 아프리카 토속춤의 깊은인상을 이번 대회에서는 나이지리아선 수들이 이어 나갔다.
〈金昌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