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死後 北의 장래와 한반도 역학구도-전문가 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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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金日成이 죽은후 北韓은 과연 金正日체제로 안정될까,아니면 권력투쟁에 휩싸여 갈등과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인가.그리고 北核문제와 남북대화는 어떻게 될것인가.전문가 긴급대담을 통해 진단해본다. [편집자 註] ▲사회=북한의 金日成주석이 사망함으로써 한반도는 물론 주변정세에도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우선 북한 내부 얘기부터 시작할까요.
국민들은 金주석이 어떻게 죽었는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북한은 외국 조문객을 받지 않겠다고 말해 혹시 무슨 사고가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池=제 생각에는 쿠데타 가능성이 있다면 두가지 추측이 가능합니다.최근 金日成이 보여온 개방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이거나 폐쇄정책으로 주민들이 희망을 잃어버린 것과 관련해 金日成에 반대하는 세력이 거사를 했다는 겁니다.
나는 전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약 그렇다면 그들도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河=金正日이 장례위원장으로 발표됐습니다.보통 권력서열이 장례위원 명단에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自然死일 가능성이 많은 것 같은데….
▲池=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河=문제는 金正日이 권력을 승계해도 얼마나 오래갈까 하는 것입니다.권위주의 권력체제안에서 권력자가 죽고나면 외부적으로는평온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갈등이 진행되는게 상례입니다.
金日成이 있을 때의 金正日과 金日成이 죽고난 뒤의 金正日이 어떻게 다를지 관심거리입니다.
대개 최고권력자가 없어지면 권력엘리트들은 단기적으로는 단합합니다.밑으로부터 봉기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불안등이 있기 때문이죠.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부 갈등이 노출될 겁니다.
북한의 권력조직은 수평적이라기보다는 金日成에서 나오는 수직조직이 중심이 돼 있죠.그동안 수평조직간의 갈등이 수면위에 나오지 못했으나 金日成 사망으로 갈등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때 金正日은 보수쪽으로 가서 金日成이상의 金日成이 되느냐,아니면 脫金日成 하느냐 하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사실상 脫金日成노선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池=金正日체제가 얼마나 됐죠.
▲河=공식발표를 봐도 20년은 넘었죠.
▲池=그렇죠.그러니까 그동안 金日成뿐 아니라 金正日도 북한주민이 지상낙원에 산다고 속여온 겁니다.북한이 개방돼 그런 사실이 밝혀지면 金正日의 지위가 온전하겠습니까.
▲사회=권력투쟁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만약 그런 일이벌어진다면 군부의 위치가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池=북한인민군은 남한에 비해 상당히 신사고를 하고 있는걸로알고 있습니다.북한에서 넘어온 군인들과 얘기를 해봤는데 金日成에 대해서는 조금도 건드리면 안 되지만 그외에는 아무런 권위도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장교를 지원자로 충원해 상대적으로 질이 낮습니다.그러나 북한은 사병으로 3년을 근무시킨 뒤 우수한 사람만 뽑아 사관학교에 보냅니다.매일 분임토의를 해 논리적인 두뇌가 개발돼 있습니다.그러니 북한군은 폐쇄정책의 한계를 잘 알 고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그동안 金日成이란 神에 억눌려 그대로 왔지만 갑자기 없어진 지금 눌렸던 것만큼 반동으로 퉁겨나올 것입니다.그렇게 될 경우金正日이 올라갔건 제3의 인물이 金正日을 내세웠건 그의 선택은개방과 폐쇄 두가집니다.金正日이라면 폐쇄로 갈 겁니다.그러면 생명이 길지 못합니다.개방으로 가면 한참 갈 겁니다.
현재의 金日成-金正日체제가 만약 무너지면 무정부상태가 계속될겁니다. 이번 사태로 북한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은 두가지입니다.한가지는 남쪽에서 군을 보내 흡수통일하는 것이고,하나는 金正日이 내부갈등을 외부로 돌출시킬 가능성입니다.그러나 권력기반을다지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고,제3자가 김정일을 제거하는 명분을 주게되므로 대남 도발은 없을 겁니다.
▲河=북한의 군부와 관련해서는 두가지 의문이 있습니다.하나는金正日이 얼마나 군을 장악하고 있느냐하는 것이고,또 하나는 군내부가 얼마나 통일돼 있느냐하는 것입니다.
형식적으로는 金正日이 군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는데 군내부 통일은 돼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북한체제는 전반적으로 金日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습니다.金日成하에서 군의 정치적 비중은 컸습니다.
金正日 하에서 군이 일관성있게 나가느냐,아니면 혼란에 빠지느냐인데 후자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시간이 지나면서 각기 다른 조직에서 다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수평적으로 연결할 가능성이있습니다.
金正日의 선택은 제한돼 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脫 사회주의화하고,남한의 압력도 있으며 미국.일본과 협상하면서 배워 북한내에는 변화를 요구하는 집단이 많을 겁니다.
▲사회=문제는 과연 金正日이 아무 탈없이 그대로 갈것이냐 하는거죠. ▲池=金正日이 권력을 잡아도 짧게는 5분,길어야 1년을 못넘길 것이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도 그 의견에 공감합니다.이 순간 金正日이 잡고가든,제3자가 잡든 폐쇄로 방향을 잡으면 오래가지 못합니다.
▲河=나도 그 의견에 동의하지만 부연하자면 기존 노선을 지속시켜 갈 겁니다.
金正日은 金日成의 세력을 다시 모으거나 새 세력을 규합하거나무너지는 세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두번째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마지막으로 金日成을 강조하면서 자기 입장을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남북대화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요.
▲池=정상회담은 핵문제와 함수관계에 있습니다.핵문제가 없었으면 정상회담 얘기는 없었을 것입니다.미국이 판단해『이제 시간이됐으니 얘기를 하자』고 할 때 정상회담은 거론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등 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압력을 받을 겁니다.그런데 경수로 얘기에서 보듯이 받을데는 남한밖에 없어 남북정상회담을 하지않을 수 없습니다.
***당분간 방어적 外交 ▲河=단기적으로 남북대화는 어려울 것입니다.왜냐하면 권력승계 과정에서는 외교가 방어적,내부지향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어떤 정권이 서느냐가 중요합니다.金日成이 죽기전에 하고자 했던게 바로 서방으로부터 체제를 인정받는 것이었습니다.金正日도 굉장히 방어적이 되고,외부에서 정권을 인정받으려 노력할것입니다.
여기서 남한이 북한정권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이제 남쪽이 하는데 따라 영향받을 겁니다.지금까지는북한이 남북한 관계를 이끌고 가는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그러나지금부터는 한국측이 이니셔티브를 쥐게 될것입니 다.북한은 남한을 중시할 것이냐,아니면 주변국가를 중시할것이냐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어쩔수 없이 대외지향적이 될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만약 우리가 밀어붙이려하면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중국등주변국들이 북한의 대외지향적 성격을 부추길 것입니다.
▲池=북한이 어려운 상황입니다.우리가 북한을 코너에 몰기위해활발히 외교활동을 하면 역효과가 날 겁니다.잠자코 있는게 최선일 것 같습니다.
▲사회=金日成이 죽고난후 韓半島를 둘러싼 주변환경도 상당히 변하지 않겠습니까.
▲河=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金日成이 그만큼 주변국의 관심을 끈 것은 북한에 대한 통제력이 있었으니까 가능했던 일이죠.
金日成이 없을 때 주변 주요국의 對北韓 인식이 과거같지 않을 겁니다.약한 나라와는 대등하게 가는 것이 아니라 약한 나라로 남으라고 요구할 겁니다.그것이 단기적으로는 우리에게 이익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한반도 전체로 보아서는 불리합니다.북한에 대한 바깥세력의 영향력이 우리의 영향력보다 강화되는 것은 부정적입니다.이 균형을 어떻게 조절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北약해지면 南도 不利 ▲池=거시적으로 봐서는 金日成이라는 거인이 서거함과 동시에 한반도의 냉전은 녹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의 입김이 상당히 세지고,특히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먹힐 겁니다.핵문제에도 그렇습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金正日이 하든 누가 하건 냉전지향적으로 가서는 곧 무너진다는 겁니다.따라서 金日成의 죽음은 한반도에서 냉전이 끝나는 서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정리=金鎭國기자〉 河龍出 박사 (서울대교수.국제정치학) 池萬元 박사 (군사평론가) 사회=李揆振 전국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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