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어선 활개로 조업 피해 걱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우선 그간 정부의 조업규제로 북방한계선 이남의 영해에서도 마음껏 고기잡이를 못했는데 북한 해역으로까지 어장이 확대될 리가 없다는 불신감이 팽배했다. 또 이런저런 명분으로 결국 우리 어장만 내주는 모양이 될 것이라는 피해의식도 강했다.

꽃게 어장의 경우 그나마 유지돼 왔던 산란.서식지가 급격히 파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컸다.

김재식(46) 연평어민협회 회장은 "이곳 어민들은 반대 입장이다. 결과적으로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 오던 연평 어장만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의가 제대로 되면 조업 구역이 확장될지도 모르지만 꽃게 등 연평 어장 어족자원의 산란.서식지 역할을 해 왔던 NLL 해역에 남북의 대형 어선들이 몰려들면 머잖아 씨가 마를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또 "남북한을 왕래하는 상선들의 직항로가 연평도와 우도 앞으로 개설된다는데 이에 따른 조업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곳 어민들의 또 다른 우려는 현재 서해5도 어민만 조업할 수 있는 특정 수역이 공동 어로수역 설정으로 개방돼 대형 어선들의 각축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곳 어선들은 10t 안팎의 소형 선박이어서 수심이 깊은 NLL 인근 해역에 출어하기 위해서는 장비를 교체하는 등 추가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NLL에 가장 근접해 있는 백령도 지역 어민들은 아예 '관심 없다'는 반응이었다. NLL 이남이 우리 바다라고는 하지만 이곳 어민들은 50여 년 넘도록 접근도 못해 볼 정도로 조업규제를 받아와 앞으로의 실무협의도 이곳 어민들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불신에서다.

백령도의 최종남 연지어촌계장은 "지난 50여 년간 우리 어선들은 NLL에서 남쪽으로 7㎞까지만 조업이 가능했다"며 "반면 북한은 1970년대부터 NLL을 부인하고 경비정이 들락거리는 등 우리만 갇혀 있는 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 어로수역이 설정돼도 우리 어선은 이런저런 이유로 올라가지 못하고 북한 배만 내려와 활개칠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일부에서는 공동 어로수역 설정이 가장 큰 골칫거리인 중국 어선들을 우리 어장에서 몰아내는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도 있었다. 연평도의 한 어민은 "서해5도 어민이 가장 미워하는 것이 중국 어선"이라며 "남북이 힘을 합해 중국 어선을 막아낸다면 더 이상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정기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