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10.4 선언문, 아쉽고 또 아쉽다” 엄청난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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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두 정상이 이번 회담의 성과로 ‘10.4 선언’을 발표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면서도 떨떠름했다.

4일 오후 1시, 8개항으로 구성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 발표되자 한나라당은 2시30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번 선언은 2000년 6.15선언문에 비해 5,6배에 달하는 장문으로 발표됐으나 대다수 국민이 염원한 북핵폐기 문제, 분단고통 해소문제, 군사적 신뢰구축 등 핵심적 사항은 지엽적으로 다뤄져 유감”이라고 총평했다.

특히 이번 선언문에서 북핵폐기와 관련된 언급이 누락돼 있다는 점에 대해 무엇보다 큰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강 대표는 “김정일 위원장의 핵폐기 의지가 확실히 담겨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면서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에 대해서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산가족들이 고령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사확인이나 서신교환에 대해 구체적이고 통 큰 프로그램이 제시되지 않아 아쉬움 많다”고 덧붙였다.

정형근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직접 북한까지 가서 손이 쥔 것 없이 돌아온 것은 진정한 민족 화해 차원에서 볼 때 대단히 미흡하고 아쉽다”고 평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각 항의 내용들에 구체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정부의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원내대표는 “2항의 내용이 결국 국보법을 폐지한다는 약속이 아닌지 우려되며 3항에 서해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 지정을 얘기했는데 결국은 NLL포기가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이는 해상영토를 포기한 것이므로 결코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임을 단언했다.

이밖에도 민간선박의 해주 직항로 통과의 의미, 개성-신의주 간 철도이용의 방법 등에 대해서도 모호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경협 등에서 주는 것은 많이 줬는데 받은 것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회의가 든다”는 말로 이번 선언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회의를 통해 한나라당은 “한반도 평화와 핵폐기를 위한 실질적 조치나 확실한 의지 표명이 당사자인 남북정상 간에 없었던 것은 매우 아쉽다”고 평가하며 경협에 대해서 역시 “북한의 개혁 개방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며 남북경제공동체를 향한 실질적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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