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파업 사전대비-진땀흘린 구청공무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서울지하철 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오전4시 서울서대문구청 李靖琓광고정비계장(50.서울서대문구북아현동)은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구청이 아닌 지하철 홍제역으로 출근했다.
예고된 파업이 시작되자 전 구청직원들에게 비상동원령이 내려졌고 李계장에게는『조를 짜 오전5시부터 0시까지 지하철역에서 표를 팔고 승객을 안내하라』는 특별 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李계장은 시민들과 한바탕 러시아워「전쟁」을 치른뒤 오후엔 다시 구청으로 돌아가 본업인 거리광고물 정비작업에 나서야 했다.
일과가 끝난 뒤엔 다시 지하철 노조원 가정을 찾아가『시민들 생각해서 이젠 좀 출근해달라』며 설득 작업에 나섰지만 욕설만 듣고 되돌아나오기 일쑤였다.
26일 부산시금정구 금사동사무소 尹在權씨(31)가 부산지하철파업노조원들 가정에 찾아가 설득작업을 벌이고 돌아와 다시 숙직하다 과로로 순직한 것은 이들이 겪은 고통을 단적으로 말해주는것이다. 아직도 공무원들을 향해 伏地不動이란 불평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번 지하철파업 사태는 그래도 문제가 생기면 공무원밖에 없더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
〈李后男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