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불참 → 경선 중단 → 당 분열' 수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서울 용산역에서 전주행 열차에 올라 창밖을 보고 있다(사진 .). 손학규·이해찬 후보가 2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만나 정 후보의 동원선거 의혹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뒤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뉴시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파국과 봉합의 갈림길에 섰다.

손학규.이해찬 후보는 2일 새벽 회동에서 정동영 후보의 동원선거 의혹을 비판하며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두 후보 측은 "불법 선거에 연루됐다면 정 후보의 후보 자격도 박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 후보는 이를 "판 깨기 시도"로 규정하고 정면 대치했다.

신당 지도부는 2일(전주)과 3일(인천)의 합동연설회 일정을 취소한 채 타협점 찾기에 나섰다. 이틀의 시간을 벌어 세 후보를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부의 노력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지도부의 연설회 취소 결정을 놓고도 손.이 후보 측은 "미흡한 조치"라고 비판했고, 정 후보 측은 "국민과의 약속인 국민경선을 중단해선 안 된다"며 반발했다.

손.이 후보 측은 동원 경쟁을 방치했다간 정 후보 독주 체제를 굳혀주는 꼴이라고 본다. 동원 논란이 계속되면 대선은 물론 내년 총선에서도 범여권이 궤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 후보 측은 동원선거 논란이 확대될 경우 우세한 구도가 헝클어질 가능성을 염려한다. 여기서 물러나면 대세론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정 후보 측이 이날 손.이 후보 진영의 동원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 작전'으로 나선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

손.이 후보 측은 지도부가 자신들이 요구하는 책임 규명.재발 방지 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6, 7일 주말 경선에 불참할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명백한 위법이 드러났는데 정 후보가 버틴다고 우리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겠느냐"며 "정 후보가 대책 마련에 응하지 않으면 경선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캠프의 다른 관계자는 "이런 상태로 계속 가면 경선뿐 아니라 당도 (정 후보 측과) 함께 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이 후보 측에선 선거인단 전수조사를 실시해 대리접수분을 솎아낸 뒤 14일 한 차례 경선을 실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 후보 단독으로 주말 경선을 치르면 신당은 손.이 후보의 경선 불참→경선 일정 와해→신당 분열이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물론 신당 내부에선 "누구도 경선 파행의 책임을 혼자 지는 모험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주말 경선을 앞두고 후보 간 극적인 타협 가능성을 기대한다.

문제는 당 지도부의 미약한 조정 능력이다. 신당을 이끄는 최고위원회는 오충일 대표, 김상희 최고위원 등 시민사회 출신과 김효석 원내대표, 정균환 최고위원 등 민주당 출신이 주류라 각 후보 진영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진다.

신당의 위기가 깊어지며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범여권 대통합을 요구해온 DJ가 4~5일 광주를 방문해 어떤 입장을 낼지, 평양 정상회담에서 돌아오는 노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이 도용당한 신당 경선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