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사건 '靑'→'성곡미술관' 초라한 타깃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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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학위위조 수사로 시작해 청와대 등 이른바 '몸통'을 집중 겨냥했던 '변양균-신정아' 수사가 이젠 '성곡미술관', 그리고 이 미술관의 모태인 옛'쌍용그룹'으로 까지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검찰은 '수사는 생물'이라는 원칙론을 거듭 천명하고 있지만,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결국 '만만한' 곁가지 수사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중분해 그룹으로 불똥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말 박문순 성곡미술관장(53)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출처가 분명치 않은 40억~50억원 가량의 수표 등을 발견해 압수·분석 중인 것으로 2일 전해졌다.

박 관장은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부인으로, 성곡미술관 3층에 거주하고 있다. 성곡미술관은 이 그룹 설립자인 '성곡 김성곤' 회장의 유지를 받들고자 그의 서울 종로구 사저를 리모델링 해 세워졌다.

지난달 28일 검찰은 기업체들의 성곡미술관 후원금 횡령 및 조각품 매매 알선 리베이트 혐의와 관련, 엇갈리고 있는 신씨와 박 관장 진술의 진위를 확인키 위해 성곡미술관과 박 관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

그러나 '의외의 결과물'을 건진 검찰은 IMF 사태 이후 경영실패 등으로 해체된 옛 쌍용그룹 사주 일가의 비자금 조성 혐의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부지검의 수사가 '변양균-신정아 의혹'과 '옛 쌍용그룹 비자금 수사'의 '투 트랙'으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박 관장과 신씨를 대질조사한 뒤 박 관장만 따로 3시간 가량 추가 조사해 박 관장 측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석원 회장은 2004년 회사자금 300억원을 빼돌린 혐의(특경가법상 횡령)로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에 구속기소된 바 있고, 지난 2월 특별사면 돼 수사의 향배가 주목된다.

◇"수사는 생물" 이라지만...= 지난 7월23일 동국대가 신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을 당시 검찰은 단순 사건으로 보고 '여유있게'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언론이 각종 의혹을 제기하자 서부지검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검사까지 투입, '매머드급' 수사팀을 꾸린 뒤 이른바 '권력형 비리'를 본격적으로 수사했다.

그러나 현재 '신씨 영장기각'이라는 상처를 입었을 뿐 '몸통'이 개입된 '큰 틀의 공모'를 밝혀내지 못한 채 별다른 성과물을 내지 못한 상태다.

두 차례나 영장청구를 미뤘을 정도로 변 전 실장의 '직권남용' 그리고 신씨의 '횡령'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워진 검찰은 동국대·성곡미술관·후원 기업체 등을 잇따라 압수수색하고 관계자를 무더기로 소환했다.

그나마 이 과정에서 추가로 나온것이 수년전 공중분해돼 버린 그룹의 비자금과 성곡미술관의 비리 의혹들, 그리고 일부 사찰의 특혜 의혹이다.

이에 '권력형 비리'를 밝혀내겠다던 수사가 '개인비리'를 캐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울러 과도하게 수사범위를 확대해 '인신구속'이라는 목표를 위한 '먼지털이식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금융 브로커' 김재록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려움을 겪게 되자 '현대차그룹 비자금수사'로 선회한 사례를 이번 경우에 빗대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논란에 대해 검찰은 '수사는 생물이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것'이라는 원칙론을 고수하는 실정이다.

◇관련자들 '불만·불안감' 증폭 = 한편 검찰이 '먼지털이식' 저인망 수사를 벌이자 변 전 실장이나 신씨와 관련된 이들은 불안감 또는 불만을 느끼고 있다.

후원금을 낸 기업체들도 계속된 압수수색과 관계자 소환에 내심 불만이 섞인 표정이다.

검찰은 "대우건설과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상당히 조사가 됐다"며 "여타 기업 관계자들도 압수물을 충분히 분석한 뒤 계속 소환할 계획이다"고 밝힌 상황.

그러나 후원금을 낸 한 기업의 관계자는 "사회를 통해 벌어들인 돈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메세나' 활동을 벌였는데 마치 죄를 지은것 처럼 매도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불교계도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 지난달 21일 조계종 등 27개 종단이 참여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불교계에 대한 음해성 수사와 보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변 전 실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밝혀내기 위한 검찰의 수사가 마치 불교계 전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쳐지자 긴급 진화에 나선 것.

이밖에 수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이번 사건으로 명예실추 등 위기를 맞게 된 미술계와 큐레이터 등 미술계 인사들의 불만과 불안감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도 검찰은 ▲변 전 실장 ▲신씨 ▲박 관장 ▲과천시 공무원 ▲동국대 관계자 ▲광주 비엔날레 재단 관계자 ▲성곡미술관 후원 기업체 관계자 등을 무더기로 소환, 변 전 실장과 신씨의 혐의에 대해 막바지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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