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비싼데 대출 막막 … 아내는 취업비자 못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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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의 학문 수준은 높지만, 서울의 집값은 너무 비싸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로버트 이언 매케이(56.사진) 교수가 '외국인 교수를 유치하려면 서울대가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보고서를 냈다. 전임교원으로 채용돼 2년째 서울에서 생활한 그동안의 경험을 담았다.

매케이 교수는 3월 서울대 공대의 의뢰를 받아 최근 제출한 보고서에서 서울대의 연구 성취도, 교수 대우 등 대학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집값, 비자 문제, 외국인 대출, 자녀 교육 등 생활의 구체적 부분까지 짚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전자 상거래를 하기도 힘들다"와 같이 생활 속에서 나온 지적도 많았다. 다음은 서면질의를 통한 매케이 교수와의 일문일답(※는 독자의 이해를 위한 설명).

-교편을 잡으면서 힘든 점은.

"집값이 비싼데 체류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고 않고 있다. 담보가 없는 외국인은 대출을 받기도 막막하다. 환율 변동성 때문에 섣불리 집을 사거나 전세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다. 언젠가 본국으로 돌아갈 때 자산이 크게 줄어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비자도 문제다. 나는 초기에 1년 단기로 받았다. 아내는 취업비자를 받지 못했다. 호주의 경우, 외국인의 임용이 결정되면 본인에게는 5년짜리 비자가, 가족에게는 취업비자가 발급된다. (외국인 교수들이 자녀의) 교육 문제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한다. 국제학교에 보내려면 큰돈이 들지 않나."(※해외 대학들은 뛰어난 교원을 영입하기 위해 장기 저리 모기지론을 지원함. 해외 명문대는 교원을 스카우트할 경우 배우자에게도 직업을 제공함.)

-비자나 대출 문제 등은 학교에서 해결해 주기 힘든 부분 아닌가.

"단기적으로는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대가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외국인 교수에게 제공하는 수밖에 없다."

-연봉은 어떤가.

"서울대의 연봉 수준은 미국 상위 100개 대학뿐만 아니라 신흥국 대학들과 비교해도 밀린다. 외국 교수들은 한국 기업과 연계된 연구 기금을 받기도 어렵다."(※미국 전체 대학 초임 교수 연봉 평균은 7971만원, 캐나다는 8686만원, 호주는 5314만원, 서울대는 4797만원 수준)

-언어 문제로 어려운 때는 없나.

"서울대의 웹사이트는 한국어 중심이다. '한국어.영어 서울대 포털'을 구축해야 한다. 각종 행정 처리도 모두 번역을 거쳐야 한다. 한글을 모르면 생활하기 너무 힘들다. 외국인을 위한 '서울대 위키(Wiki.사용자 중심의 백과사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서울대는 해외에 잘 알려져 있나.

"입에서 입을 통해 채용 정보를 얻는 경우가 태반이다. 국제화된 채용 홍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국제 학술 대회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동문을 하나로 묶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브랜드가 없으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

-유능한 해외 교수를 더 끌어오려면.

"유능한 초임 교수와 학문적 성과는 탁월하지만 정년을 앞둔 교수들이 세계 학문시장에서 공급 과잉 상태다. 그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강인식.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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