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즈니스는 큰 모험인데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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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2일 평양 방문 길에 오르는 대기업 총수들의 발걸음이 가볍진 않을 듯하다.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한다는 기대감 못지않게 심적 부담감도 만만치 않은 때문이다. 이번 일정 중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남측 기업인들과 북측 경제 실무진이 머리를 맞대는 간담회 일정이 따로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받은 입장에서 어떤 형태로든 경협 선물 보따리를 내놔야 할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이것 못지않게 큰 부담은 노 대통령 특유의 '돌출성' 민간 경협 제안이다. 이럴 경우 함께 방북한 기업인들이 엉겁결에 그 숙제를 떠안을 공산도 있다. 이 모두 방북 기업인들에겐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이다. 4대 그룹 내 한 고위 임원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북한 비즈니스는 여전히 큰 모험"이라고 말했다.

◆내줄 게 별로 없다=방북 그룹 총수와 기업인들은 "정상회담 참석 일정을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북 경협 여건을 살펴보는 기회로 삼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방북 길엔 구체적인 경협 계획을 내놓을 게 없다는 사실을 에둘러 밝힌 셈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정몽구 회장 방북은 정부 요청에 따른 것으로, 북한에서 어떤 사업이 가능할지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비스의 물류 사업, 현대제철의 철강석 수급 사업, 현대모비스의 자동차 부품 사업 소문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했다. SK그룹도 "북한에 공급하는 경유의 저장 시설을 지어 운영하는 일을 SK가 맡는다는 얘기가 나돌지만 보안 사업에 속해 실현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2000년 6월 1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또다시 최고 경영진이 수행단에 포함된 이들 두 그룹의 속내는 그리 편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차 정상회담은 느긋한 '상견례' 자리였던 반면 이번엔 뭔가 성의 표시가 있어야한다는 압박감이 더하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경제안보팀장은 "이번 방북에는 기업인들의 사전 논의 절차가 없는 듯해 민간 재계 차원의 방북 성과물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관측했다.

표재용.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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