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이 직접 밝힌 정상회담추진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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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카터통해 흡수통일배제 전달… 김일성뜻 진실일 것”
김영삼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성사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21일 저녁 민자당의 초·재선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북한이 이번에는 남북정상회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제의가 다소 진실성이 없는 것이었더라도 자신이 전격 수용함으로써 김일성주석이 발을 빼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말이다.
김대통령은 자신이 카터전미국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김주석의 의중을 타진해 줄 것을 요청했음도 공개했다.
『카터전대통령을 방북전 만났을 때 그에게 정상회담에 대한 김주석의 진정한 생각을 알아달라고 했는데 「아무 조건없이 어디서든 만나자」는 제의를 해와 수락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카터전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를 알리기에 앞서 청와대에서 먼저 정상회담 수락소식을 밝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발표를 지시했다』고 소개했다.
김대통령은 김주석에게 보낸 메시지도 일부 밝혔다.
『카터전대통령을 통해「우리가 북한을 흡수통일하려한다고 겁낼 필요가 없다.우리에겐 그런 의사가 없다」고 김주석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우리가 저쪽의 제의를 수락한 만큼 이제는 정상이 만날 시기와 장소만 결정하면 된다』면서『저쪽에서 연락이 오는 대로 우리정부의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은『김주석이 회담을 요구한 것은 형식적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생각한다』면서『우리도 많은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무슨 내용이든 상관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한 참석자가『카터가 김주석의 환대에 넘어간 것 아니냐』며 그의 북한에 대한 호의적 발언을 비판하자『카터전대통령의 입장에서야 그렇게 얘기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이해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이 자리에서는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이 좋겠다는 건의도 있었다.
2시간20여분간 진행된 이날 만찬에는 유흥수(부산 남을) 강신옥(전국구) 이긍규(서천) 이재환(대전 서·유성) 허재홍(부산 남갑) 정창현(오산―화성) 강신조(영양―봉화) 나오연(양산) 송영진(당진) 이재명(전국구) 구천서(전국구) 강선영(전국구)의원 등 12명이 참석했고 이원종정무수석이 배석했다.〈김교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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