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철학자 알튀세르 遺稿출간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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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0세기 최후의 마르크시스트 철학자로 유명한 루이 알튀세르(1918~1990)의 유고 저작들이 최근들어 프랑스에서 잇따라출간되고 있다.
왕성한 저술 활동에도 불구하고 발표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알튀세르는 생전에『마르크스를 위하여』(1965),『자본론 읽기Ⅰ.
Ⅱ』(1967),『레닌과 철학』(1969),『자아비판의 요소』(1974)등 불과 몇 권의 저서를 내는데 그쳤다 .
그러나 지난 90년 신경쇠약으로 생을 마감한후 그동안 책상서랍 깊숙이 감춰져 있던 엄청난 양의 유작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프랑스 출판계에서는 알튀세르 유고저작 출간이 붐을이루고 있다.
그가 죽은 뒤 지금까지 출간된 미간행 저작이 생전에 출간된 저작을 이미 양적으로 앞지르고 있다.그러나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 프랑스 출판관계자들의 지적이다.
92년『오래 지속되는 미래』라는 제목의 자서전 출간을 계기로시작된 알튀세르 유작 출간붐은『속박일기』(1992),『철학에 대해』(1994)로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자서전 증보판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또 현재 프랑스의 여러 출판 사들이 그가 남긴 방대한 양의 원고를 정리중에 있어 올가을께엔 미간행 저작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올 전망이다.
알튀세르는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마르크스주의를 재해석함으로써 20세기 후반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연 정통 마르크시스트이론가로 알려져 왔다.이와 함께 정신착란 상태에서 부인을 목졸라 살해한 광기의 철학자라는 이름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러나 최근들어 불고있는 그의 미간행 저작 출판붐과 함께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른 알튀세르가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과연 그를 죽을 때까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신념을 버리지 않았던 철저한 마르크시스트철학자로 보아야 할 것인가.역사적.인간주의적 유물론을 거부하고 구조주의적 입장을 끝까지 견지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로 보아야 하는가.
이런 문제들이 새로 제기되면서 그에 대한 재조명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의 자서전『오래 지속되는 미래』의 증보판은 특히 이런 점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초판에 없었던 미간행원고 1백여쪽이 보완돼 5백74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으로 나온 이 증보판은 지금껏알려져 있지 않던 그의 인간적 면모를 새롭게 보 여주고 있다는지적이다.
『처음 몇줄을 생각나는대로 그냥 쓰고 났더니 철학자로서의 나역시「살아 있는 것 속의 죽은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됐다.목숨을 부지하고 있는한 이 죽음을 다루기는 쉽지 않다.』생전에 그는 동료철학자 메를로 퐁티를 가리켜 『살아 있는 것 속의 죽은 것』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마르크스주의철학자로서 자신의 철학적 죽음을 얘기한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글을 쓰고 난 4년뒤 그는 자기부인을 죽이고 자신이 재직하던 파리고등사범학교 교정을 광기속에서 날뛰었다.그가 서랍 속에 감춰두고 말 줄 뻔히 알면서도 죽기 전까지 계속 글을 쓴 것은 스스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던 철학적 죽음이라 는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처절한 시도였는지도 모른다.
『이 사람이 과연 20년전「자본론」을 다시 읽으며 세상의 변화를 꿈꾸었던 바로 그 사람인지 상상하기 어렵다.』자서전 증보판에 대한 프랑스 주간지『누벨 옵세르바퇴르』의 서평이다.
〈裵明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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