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뺏기고 쫓겨나고 '두번 울어버린' 불체자, 어느 라틴계 '뼈아픈 스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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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법치국가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가혹하다. 못배우고 가난한 불법체류자가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는 길은 정녕 없는 것인가."

과테말라 출신 불법체류자로 플로리다 스튜어트에서 시간당 5달러 50센트를 받으며 11년간 접시닦기로 5만9000달러를 모은 페드로 사페타(사진).

그가 '아메리칸 드림'으로 모은 돈을 갖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다 돈을 몽땅 미국정부에 빼앗기고 추방명령까지 받은 가슴아픈 사연을 CNN이 전하고 있다.

공항에서 돈을 압수당한 이후 2년여 동안 이 돈을 찾으려 백방으로 매달렸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맨손으로 내년 1월 말까지 자진 출국하라는 법원의 명령 뿐이었다.

그는 과테말라 고향에 돌아가 산자락에 땅을 사서 농사를 지으며 어머니.누이들과 함께 살 부푼 꿈으로 11년간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중간에 고향으로 조금씩 송금을 하고 싶었지만 목돈을 만들기 위해 그것마저도 꾹 참고 차곡차곡 모아 5만9000달러를 만들었다.

날벼락은 2년 전 찾아왔다.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던 사페타는 가방에 현금을 가득 담고 들뜬 마음으로 고향으로 가기 위해 로더데일-할리우드 공항으로 갔다. 현금이 든 가방이 검색 요원에 적발됐고 그는 세관에 인계됐다.

외국으로 출입국할 때 1만달러 이상 소지했을 경우 한 페이지짜리 신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돈은 압류됐고 사파타는 불법체류 신분이 들통나 추방재판까지 회부됐다. 청천벽력이었다.

두명의 자원봉사 변호사가 돈을 되찾고 추방을 면하도록 하기 위해 매달렸지만 허사였다.

지난해 그의 안타까운 스토리가 CNN 방송을 타고 처음 알려졌다. 한 독지가는 1만달러의 성금을 보내줬지만 사파타에게 전달되지 않고 신탁계좌에 보관중이다.

얼마전 검찰은 사파타에서 1만달러와 성금중 9000달러를 주고 즉시 출국하는 조건으로 타협을 제시했으나 사파타는 "피같은 돈을 모두 돌려달라"며 울부짖었다.

설상가상. 지난 26일 사파타는 이민법원으로부터 1월말까지 출국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때까지 편도 항공권 비용을 벌라며 임시 노동허가를 내줬다.

"내 인생을 이렇게 망쳐논 이 나라가 정말 싫다…." 사파타의 눈에선 더이상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이원영 미주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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