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CAFE] IMF 신임 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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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20면

이변은 없었다.

한국의 지분 확대에 큰 도움되지 않을 듯

국제통화기금(IMF) 새 총재에 프랑스의 전 재무장관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58·사진)이 28일(현지시간) 선임됐다. 유럽연합(EU) 후보로 나선 그는 미국의 지지를 얻어 러시아가 강력히 민 요제프 토소브스키 전 체코 중앙은행 총재를 물리쳤다. 그의 선임으로 ‘서유럽과 미국이 각각 총재와 수석 부총재를 나눠갖는다’는 기존 공식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그가 이끌 IMF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을 헤쳐 나가야 한다. 신흥 경제세력인 중국과 인도는 물론 막강한 오일머니를 거머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꾸준히 경제적 위상을 높여온 한국 등이 IMF 내 지분(쿼터) 확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세력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IMF 지분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당시 한국은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지분이 적어 위기의 순간 IMF에서 끌어다 쓸 수 있는 자금이 70여억 달러에 그쳤다. 이 규모가 컸더라면 별도로 구제금융(대기성 차관)을 신청하지 않아도 됐거나, 소규모에 그쳤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최근 IMF 내 세력변화 기운이 무르익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미국과 서유럽의 금융이 불안하다. 두 지역은 막대한 잉여 자본을 보유한 중국·인도·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한국이 국채와 주식을 사주지 않으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와중에 국가별 IMF 지분을 결정하는 공식을 수정하는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내년 1월 31일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전문가 그룹이 제시한 임시안을 보면 미국은 17.08%에서 27.02%로, 일본은 6.12%에서 10.12%로, 중국은 3.72%에서 4.04%로, 한국은 1.35%에서 1.95%로 각각 늘어난다. 반면 러시아는 현재 2.73%서 1.58%로, 인도는 1.91%에서 1.32%로 줄어든다. 서유럽 텃새 덕분에 그동안 큰 지분을 보유했던 벨기에와 네덜란드도 지분이 축소된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는데도 오히려 지분이 줄어들 위기에 처한 러시아와 인도가 강력 반발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또 중국은 지분 증가가 성에 차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스트로스 칸은 IMF 내 험난한 지분 싸움을 잘 조절할 수 있을까.

프랑스 중도 좌파인 그는 IMF 내에서 ‘EU 중시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분 갈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한국으로선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대신 내부 개혁에 대해서는 과감한 행보를 보일 전망이다. 그는 선임 직후 “성장과 고용을 유지하면서 국제 금융의 안정을 위해 필요한 IMF의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IMF는 금융위기에 처한 국가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대가로 급격한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을 즐겨 처방했다. 1997년 한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학 교수 등은 IMF가 타성에 젖은 긴축 처방으로 아시아 금융위기를 더 악화시켰다고 비판했었다.

이런 정황에 비춰 스트로스 칸은 관료화된 IMF 내 경제 브레인들을 교체해 새로운 정책 대안을 내놓는 데 치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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