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재테크 기상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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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18면

벌써 10월을 맞는다. 2007년 ‘투자 시계’도 4분의 3을 지나 저녁 6시를 가리키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재테크 전선에선 주식에 승부수를 던진 사람들에게 행운이 돌아갔다. 지난해 말까지 들끓었던 부동산시장은 깜깜한 터널에 갇혀 옴짝달싹 못했다. 채권시장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런 흐름은 4분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주식 쪽에 큰 장이 섰지만 분기별로 명암은 뚜렷이 갈렸다. 1분기는 엎치락뒤치락 별 재미가 없었다. 국내 경기가 여전히 바닥권인 상황에서 중국 긴축과 일본 엔캐리(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다른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 등 위험 요인에 떨어야 했다. 시세는 2분기에 분출했다. 경기 회복과 중국 특수에 힘입어 코스피지수는 1400대에서 단숨에 2000대로 내달렸다. 하지만 3분기에는 뜻밖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미국에서 밀려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쓰나미로 지수는 한순간 1600대로 곤두박질했다.

4분기를 맞는 지금 코스피지수는 1950선까지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 분기별로 엇갈린 강약 흐름을 감안하면 4분기는 좋아질 차례다. 증시 전문가들도 대체로 강세 흐름을 점친다. 증권업계의 4분기 증시 전망을 종합하면 코스피지수 2000∼2100 정도가 대세다. 하지만 이는 상승률로 따지면 10%가 채 안 된다. 2분기와 같은 큰 시세를 기대하긴 힘드니 눈높이를 낮춰두라는 주문인 셈이다.

4분기의 증시 투자환경은 ‘무풍지대’로 비유할 만하다. 3분기와 같은 풍랑은 없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서브프라임 후폭풍이 걱정되긴 하지만, 미 중앙은행이 금리인하 방파제로 단단히 대비하고 있어 당분간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로 빠져든다면 모든 게 흐트러지겠지만, 미국 둔화-신흥국 호조로 균형 잡힌 성장 흐름이 예상되고 있다.

시장 내 수급도 개선되고 있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물 폭격이 잠잠해졌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한고비를 넘기면서, 외국인들은 팔지도 사지도 않는 중립자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적립식펀드를 중심으로 한 국내 주식 수요는 꾸준하다. 다만 코스피지수가 직전 고점인 2000선 근처에 도달하면 한동안 펀드 환매 요청이 몰릴 수 있다.

가장 든든한 것은 기업들의 실적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3분기와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8%와 36.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S&P500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이 3.7%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고 보면, 우리 기업들의 요즘 장사 실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분기 투자수익의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이유는 이런 호재적 요인들이 이미 주가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는 데다 내년 이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또한 여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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