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54년 월드컵 골키퍼 홍덕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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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정말 잘 했습니다.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둬주기 바랍니다.』 한국이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골키퍼로 활약했던 洪德泳씨(69)는 18일새까만 후배들이 스페인과 맞붙는 모습을 TV로 시청하면서 40년전 악몽이 또렷하게 되살아났다.
한국팀은 전쟁의 폐허에서 헤어나지 못한 국민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전하겠다는 일념으로 경기 하루전날 의기양양하게(?) 취리히에 도착했다.54년 6월17일 헝가리와의 첫 경기.휘슬이 울리자마자 헝가리는 노도와 같은 공격을 퍼부어댔다.
「아시아 황금의 다리」 崔貞敏을 포함해 전원수비의 작전(?)을 펼쳤지만 역부족,洪씨는 슛을 막느라 쉴새없이 몸을 던져야 했다. 『스트라이커 푸스 카스의 슛이 얼마나 강했던지 경기가 끝난후 가슴에 시커멓게 멍이 들었지요.』 생각다 못한 洪씨는 볼을 잡으면 수비수에게 안전하게 던져주거나 공격수에게 멀리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 밖으로 차내는 어이없는 행동을 했다. 『우리 선수에게 공을 주면 헝가리에 빼앗겨 곧바로 골문으로 되돌아 오기 때문에 시간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었지요.』洪씨의 두뇌플레이(?)도 별무효과.한국은 전반을 4-0으로 뒤진뒤 후반에 다섯골을 더 내줘 9-0의 완패를 당했다.
『전쟁 직후라 모든 조건이 불리했지요.본선에 올라간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유니폼 한벌 변변한 것이 없어 고생했다는 洪씨는 『축구 실력이나 국력으로 볼 때 지금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면서 스페인戰에서의 파이팅을 바탕으로 우승을 목표로 열심히 뛰어줄 것을 주문했다.
〈金相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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