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잡으려다 호랑이에 물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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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한국시간) 1라운드 5번 홀 그린 주변에서 최경주가 칩샷 하는 모습을 타이거 우즈가 지켜보고 있다. [몬트리올 AP=연합뉴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갔던 최경주(나이키골프)가 호랑이에게 물렸다.

28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의 로열 몬트리올 골프장에서 시작된 프레지던츠컵(미국 vs 인터내셔널) 골프대회 첫날 포섬(foursome·두 선수가 번갈아 치는 방식) 경기에서 닉 오헌(호주)과 함께 인터내셔널 팀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최경주는 미국 팀의 타이거 우즈-찰스 하웰 3세 조에 3홀 차로 졌다.

인터내셔널 팀은 어니 엘스(남아공)·비제이 싱(피지) 등이 포진,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첫날 포섬 6경기에서 미국 팀에 1무5패로 무너졌다. 라이더컵(미국 vs 유럽)에서 유럽에 연패하고 있는 미국이 프레지던츠컵에선 인터내셔널 팀을 압도하고 있다.

포섬 경기는 팀워크의 게임이다. 공 하나를 교대로 쳐야 하는데 파트너와 티샷 거리가 달라 익숙하지 않은 거리에서 어프로치샷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쓰는 공도 달라 거리 조절이 쉽지 않다. 동료를 믿지 못하면 무리한 공략을 하기도 한다. 상대를 배려하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경주는 후반기에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했고, 오헌은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우즈를 두 차례나 잡은 호랑이 사냥꾼이다. 우즈 조를 잡을 필승 카드로 손색이 없는 듯했지만 결과적으로 두 선수의 궁합은 그리 맞지 않았다.

최경주 조는 상대 실수로 4번 홀을 따냈으나 5, 6번 홀을 내줘 역전됐다. 10번 홀에선 오헌이 세컨드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고 최경주의 칩샷도 짧아 보기를 범하면서 2홀 차로 끌려갔다. 15번 홀을 이겨 1홀 차로 쫓아갔지만 16번 홀에서 최경주의 티샷이 물에 빠졌다. 우즈는 17번 홀에서 티샷을 1m도 되지 않는 곳에 붙여 경기를 끝냈다.

우즈와 하웰 3세는 한 동네에 살며 매우 친하다. 둘이 함께 나간 포섬 매치플레이에서 3승 무패다. 우즈는 “우리는 샷거리와 경기 스타일이 비슷하고 서로 믿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팀은 비제이 싱과 마이크 위어(캐나다)조만 미국 팀 주장인 잭 니클로스의 관대한 컨시드로 겨우 비겼다.

최경주는 2라운드 포볼(fourball·두 선수가 각자 경기를 해 좋은 쪽 스코어를 팀 성적으로 하는 방식) 경기에서 애덤 스콧(호주)과 짝을 이뤄 스티브 스트리커-루카스 글로버와 대결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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