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처럼 사는 군정 최고지도자 탄 슈웨 장군…딸도 결혼 때 460억원어치 선물 챙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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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번 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군사정권의 최고 지도자 탄 슈웨(74.사진) 장군이 초호화 생활을 즐겨온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의 낭비벽과 호화 생활이 잘 드러난 것은 지난해 인터넷에 등장한 딸의 결혼식 장면을 담은 10분짜리 비디오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아 타임스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당시 딸 부부가 받은 선물의 가치는 미화로 5000만 달러(약 45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얀마 민주화 시위가 고조되자 26일 아내와 자녀들을 태국으로 출국시켰다고 외신은 전했다.

가장 큰 국고 낭비는 군사정권이 2005년 수도를 양곤에서 400㎞ 떨어진 산 속으로 이전한 것이다. 수십억 달러가 들어간 이 천도는 슈웨가 점성술사의 말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가 새로운 수도에 '왕의 도시'란 의미의 '네피도'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고대 조각상들로 치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가 스스로를 '왕'으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992년부터 사실상의 정부인 국가평화개발위원회(SPDC) 위원장을 맡아 1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슈웨는 좀처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 초 지병인 암이 악화돼 싱가포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로는 더욱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미얀마인에게 슈웨 장군은 항상 짙은 색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무뚝뚝한 표정의 '숨겨진 독재자'로 각인돼 있다고 아시아 타임스가 전했다.

33년 영국 식민지 시절에 태어난 슈웨 장군은 60년 동부의 소수민족 카렌족의 게릴라군을 대규모 사살한 공적으로 대령으로 진급했다. 92년 SPDC 위원장에 오른 그는 88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발포, 3000여 명의 희생자를 낸 장본인으로 악명이 높다.

2004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의 경제적 지원을 받으려다가 실패한 측근 킨 윤트 총리를 숙청했고, 5월엔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 치 여사의 가택 연금을 또다시 연장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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