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라의 KISS A BOOK] 저건 무슨 꽃? 이건 무슨 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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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울 아빠는 힘이 세다. 울 엄마는 걸어 다니는 검색창이다. 엄마 아빠만 있으면 만사형통이다. 다섯 살 때의 순진무구한 이 환상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쩍쩍 금이 가기 시작한다. 숙제하다 막히면 쪼르르 엄마한테 달려가 보지만, 엄마는 동문서답만 한다. 옛날에는 엄마도 공부를 무지 잘했는데, 지금은 사는 게 복잡해서 다 잊었단다. 그게 다 너 기르느라 정신이 없어서란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차피 어른 되면 몽땅 까먹을 텐데, 뭐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라는 거야.

툭하면 “엄마, 이건 뭐야?” “이 문제 좀 풀어줘” 들이대는 아이들! 모른다고 하자니 체면 구겨지고, 아는 척을 하기엔 가물가물 모골이 송연하다. 옛날에 일등을 열두 번 했어도 소용없다. 결국 해답은 하나. 아이와 더불어 새로 배우는 수밖에.

『산대장 솔뫼 아저씨의 생물학교』(삼성출판사)를 펼치면 꽃이 열매를 맺고 씨앗을 널리 퍼뜨리는 신비한 과정이 알기 쉽게 설명돼 있다.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 토종식물에 관한 책이라서 더욱 반갑다. 꽃들도 엄마 아빠가 있고, 결혼식장에서 결혼도 한다. 밤도 팬티를 입고, 풀들은 도둑 이사를 하기도 한다. 자연과학에 관심 없던 아이들도 이렇게 재치 있는 생태학 책으로 공부하다 보면 절로 산과 들의 야생초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덕분에 엄마는 무심히 지나치던 꽃과 풀 이름을 한 눈에 꿰게 되었으니, 이제 느닷없는 질문에도 기죽을 일 없을 터.

이왕 자연공부를 시작했으니, 관심사를 넓혀보자. 김정환의 『세상에 장수풍뎅이가 되다니!』(언어세상)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딱정벌레 카드가 들어 있다. 찬찬히 한 마리씩 살펴보며 곤충에 대한 기본지식을 쌓고 돌아서면, 초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나와 다른 생명체가 사는 세상으로의 흥미진진 탐험 여행! 본격적으로 곤충의 세계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 순간, 지구는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바다를 빼놓고는 자연 공부를 했다고 할 수 없다. 미리엄 모스의 『여기는 산호초』(서돌)를 펼치면, 보기만 해도 막힌 가슴이 탁 트이는 바다가 우리를 유혹한다. 감탄사를 발하며 마지막 장에 다다르니, 위험에 처한 산호의 슬픈 사연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번에도 범인은 오만방자한 인간들! 그림책을 덮고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대상 연령은『여기는 산호초』는 6세 이상, 다른 두 권은 10세 이상의 어린이와 전천후 질문세례에 진땀나는 엄마들.

임사라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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