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기다릴 만한 멋진 휴가 '황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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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후반기를 살아가면서 좋은 것은 더 이상 생명보험에 들라는 권유를 받지 않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접하는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열내며 흥분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혼자 궁시렁거리거나 짝짝이 양말을 신은 모습을 불현듯 발견해도 별반 놀라지 않는다. 사실 사람들은 우리에게서 더 이상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존 업다이크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 작가)

"누군가로부터 잔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다. 정말 하고 싶지 않으면 그 일을 안해도 된다. 정말로 그 일이 중요하다고 아내가 말하기 전에는."-요기 베라(프로 야구팀 뉴욕 양키스 전 감독)

"나는 물건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닌다. 하지만 그게 대수인가? 늘 안경이 어디 있는지 찾아다니는 것도 재미난 소일거리다. 자식들에게 늘 했던 말을 또 하곤한다. 그 애들은 그 얘긴 수십 번도 더 들어서 재미없다고 투덜댄다. 하지만 난 마음 상하지 않는다. 그저 애들을 흐뭇한 맘으로 바라보면서 내가 가진 축복들을 생각한다."-조지 부시(전 미국 대통령)

'삶의 열정에는 마침표가 없다'는 노년의 삶을 예찬한 책이다. 전직 대통령부터 평범한 가정주부까지 1백30여명의 노인들이 젊었을 때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고 지금의 젊은이들이 짐작하는 것보다 "늙어가는 것도 여러 모로 근사한 일"이라고 말한다.

미국 NBC방송의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는 '위대한 미국인상' 수상자 윌러드 스콧(70)의 "늙어가면서 얻는 즐거움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이들의 답변에는 적극적.긍정적 사고가 노년의 행복의 원천이라는 지혜가 관통하고 있다.

70대의 전직 간호사는 "인공심장 밸브에서 나는 부드러운 소리 때문에 불면증 걱정이 없다"고, 80세의 작가는 "(구매력이 없는 것으로 보여)자동차 매장에 들어가서 판매원의 간섭을 받지 않고 느긋하게 차를 고를 수 있다"고 역설의 행복을 소개한다.

책에 등장하는 노인들은 한결같이 치열한 삶의 경쟁에서 물러나 새로운 취미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고 가족과의 정을 나눌 시간이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환갑이 지나 첫 책을 내고, 대학에 가고, 박사학위를 따고, 미술을 배우고, 자원봉사를 시작한 경험담을 공개한다.

NBC에서 1백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저자는 첫 문장에 "오래된 바이올린일수록 소리가 더 아름답다"고 썼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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