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탈퇴의 위험성(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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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함으로써 핵을 볼모로 한 외교는 「전부 아니면 전무」의 극히 위험한 모험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앞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에만 매달려 자기네 요구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핵비확산조약(NPT)에서도 탈퇴하겠다는 협박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NPT를 탈퇴한다는 것은 핵무기 개발의사를 공공연히 내비치는 것이고,그럴 경우 국제사회의 대응은 강도높은 제재가 불가피하게 됐다.
북한이 IAEA 탈퇴를 통해 노리는 효과와 국제사회에 대해 보내는 메시지는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앞으로의 핵협상은 IAEA를 배제하고 미국만을 상대로 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앞으로는 IAEA가 교섭당사자가 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노리고 있다. 그럴 경우 교섭에 나서는 미국은 북핵에 대한 사찰도 문제지만 북한을 IAEA에 복귀시키는 교섭이라는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두번째는 제재논의에 대해 쐐기를 박아보겠다는 계산이다. 제재를 하면 이를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그들의 「경고」가 엄포만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효과다. IAEA가 북한에 대한 기술지원 중단 등 제재준비를 하면 탈퇴하겠다고 한 말을 실행에 옮김으로써 다음단계는 NPT 탈퇴란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탈퇴성명의 「제재와 대화는 양립할 수 없다」는 말은 제재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협박을 담고 있다.
이같은 북한의 의도는 「핵무기 전파방지조약에 복귀하는가 탈퇴하는가가 판가름날 때까지」 사찰을 허용할 수 없다는 탈퇴성명 내용에서 분명해진다. NPT 탈퇴는 계속 유보하지만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결과,제재를 논의하는 국제사회의 동향에 따라 태도를 결정하겠다는 속셈이다.
더욱이 카터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탈퇴를 선언,특유의 벼랑끝 외교의 극적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란 나라가 억지같은 요구에 순응할 만큼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극한전략이 실패할 경우 위험이 더욱 크다는 것을 북한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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