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투 甲스'] 한화갑씨 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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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삶의 방식이 이렇게 종말을 고하는 게 안타깝다. 국민에게 부끄럽고 송구스럽다."

한화갑(韓和甲.65) 민주당 의원이 29일 오후 11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 1층 로비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밝힌 소회다. 韓의원은 2002년 민주당 대표 경선 때 하이테크하우징에서 6억원을 받은 혐의가 전날 드러난 데 이어 SK에서 대통령후보 경선자금으로 4억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이날 오전 소환됐다. 韓의원은 "내가 당대표.대선후보 경선자금과 관련해 조사받은 1호가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검찰은 29일 韓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韓의원은 3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오는 4월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전남 무안-신안)를 포기하고 수도권 출마를 선언해 주목을 받은 그이지만 정치적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는 1967년 총선에서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37년간 DJ를 보좌해 왔다. DJ의 최측근인 그는 '리틀 DJ'로 불리며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에서 두차례나 1위에 당선되는 등 호남 정치인의 간판으로 자리잡았다.

검찰은 또 2002년 민주당 당대표 경선 때 하이테크하우징의 자금 전달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당시 韓의원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원길(金元吉.현 한나라당 소속)의원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경선 출마 과정에서 측근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韓의원이 처벌받을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韓의원 처벌을 계기로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거친 공세를 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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