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으로 북핵해결” 새 전기/김 대통령 러시아 방문 뭘 남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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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무기제공 중단으로 북도발 억제/블라디보스토크 간 것은 동북아군사질서 변화함축
김영삼대통령이 6박7일간의 러시아방문을 마치고 7일 저녁 귀국한다. 이번 방문기간중에 국제적으로 북한의 핵 저지를 둘러싸고 유엔안보리의 제재가 구체적으로 부상하고 있던 시점이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조율할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소득이었다.
김 대통령은 옐친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의 안보리 제재에 대한 지지를 얻어 냈고,북한에 대한 추가적인 무기제공을 중단한다는 점을 확약받았다.
이는 무기공급 및 체계를 러시아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위험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다는게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반도에 전쟁이 나면 자동개입해 북한을 지원하는 「조­러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이 사문화됐다는 옐친 대통령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와 크렘린 사이의 핫라인을 설치키로한 합의는 북한핵 정세와 관련한 러시아의 순발력있는 협조장치가 될 것이라고 청와대는 보고있다.
모스크바에 있는 동안 벌어진 김 대통령­클린턴 미 대통령,클린턴 대통령­옐친 대통령의 3각 전화회담은 북한 핵문제로 인한 있을지 모를 돌출상황에 신속히 대처하겠다는 「외교적 시위」라는 것이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대북제재 협조 확인,김 대통령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은 북한에 「고립무원」 상태가 올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7일 김 대통령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이 북한에 던지는 압박의 파장은 클 수 밖에 없다.
구 소련의 동북아 군사요충지며 한국을 위협했던 그곳 러시아 태평양함대 군함에 승선한 김 대통령의 모습은 두 나라의 새로운 관계진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는 동북아의 군사적 질서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북한에는 충격일 수 밖에 없다.
「제재가 나오면 이는 전쟁」이라고 단정한 북한(조평통 성명)은 전략적 환경변화에 고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며,독자적 핵노선의 집착도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청와대측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성과가 충분한 실천력을 동반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다소간 시각차이가 있다. 옐친 대통령이 보여준 파격적인 외교적 제스처는 한국으로부터 보다 많은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우리에게 얻어간 차관중 갚지 않은 이자(3억8천만달러)를 우리측은 현물변제를 요청한데 대해 러시아는 상환유예를 고집해 해결을 보지 못했다.
야쿠트천연가스 송유관의 한반도 연결을 위한 타당성조사 비용을 공동 부담키로한 것은 경제적 실리에 아쉬움을 남긴 대목이다.
KAL기 사건 보상문제에 옐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보상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말한 것도 숙제로 남게 되었다.
또 북핵에 대한 안보리 제재문제만 해도 옐친 대통령은 안보리제재에 앞서 남북한 및 러·미·중·일 등 주변 4강,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 등 8자회담에서 논의할 것을 제시했다.
물론 옐친 대통령은 북한이 끝까지 핵을 고집할 경우 제재에 동참한다는 약속을 했으나 그 중간단계로 8자회담을 제시했고,중국과 북한도 이를 동조하고 있는 점에서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 대통령의 러시아방문 성과는 유엔안보리의 대북결의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문은 김 대통령이 표현한대로 한반도 주변 4각(미·일·중·러시아) 외교의 완성을 의미한다고 할 때 북한 핵문제 해결결과에 따라 성과가 판정날 수 밖에 없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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