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두 달 신정아·변양균씨 사건 중간 점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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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03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22일 신정아씨 비호 의혹 등에 대해 조사받기 위해 서울서부지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로 두 달이 되는 ‘신정아 게이트’수사의 궁금증을 데스크와 현장 취재기자의 대화식으로 풀어본다.

검찰, 불교계 인사 사법처리 시사

-검찰이 변양균·신정아씨를 4차례나 불렀다. 수사가 벽에 부닥쳤나.
검찰의 당초 계획은 신씨를 구속한 뒤 변씨를 압박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신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면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영장을 재청구하려면 수사를 보강해야 하는데 두 사람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 검사까지 가세했으나 여의치 않다. 수사진의 고생도 심하다. 구본민 차장검사는 21일 과로와 스트레스로 병원에 다녀왔다.

-변씨의 직권남용은 어디까지 드러났나. 기획예산처 장관 등 막강한 자리에 있었는데.
신씨가 근무하던 성곡미술관이 주관한 전시회에 2005년부터 올해까지 10개 기업이 후원한 데 변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일고 있다. 일부 사찰에 대해 문화재보수비나 특별교부금 지원에 변씨가 관여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 스님이 세운 울산시 울주군 흥덕사에 10억원을 지원하도록 지시한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다른 사찰에도 변씨의 힘을 빌려 특별교부금이 지원된 흔적이 드러나 확인 중이다. 검찰은 기업 후원 부분과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내정에도 변씨가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네 가지다. 법원도 영장을 기각했지만 이들 혐의가 입증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신씨의 횡령 혐의에 대해 상당 부분 단서를 포착했다. 성곡미술관 재직 당시 기업 후원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변씨와 신씨는 ‘예술적 동지’인가, 연인인가.
신씨 변호인 측은 예술적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이로 ‘부적절한’ 관계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e-메일에는 ‘낯뜨거운’ 내용이 포함돼 있다. e-메일 내용이 검찰에 의해 파악된 직후인 10일 변씨는 곧바로 청와대에 사표를 냈다. 변씨가 신씨에게 보낸 메일에는 “너희 집에서 뭘 시켜 먹을까” “오늘 저녁에 만날까” 같은 사적인 내용이 들어있다.

-신씨의 배후가 더 있을까.
검찰은 다른 인사를 조사할 계획이 현재까지는 없는 것 같다. 미술계와 불교계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최측근, 여권 유력 대선 후보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당사자들은 신씨와의 관련 설을 강력히 부인한다. 하지만 신씨의 행적을 보면 변씨 이상의 인사가 있었다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신씨는 가짜 박사인가.
그렇다. 예일대를 졸업하기는커녕 다닌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사학위를 따려면 학사·석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없다. 신씨의 학력은 캔자스주립대 미대(학부)에 1992년부터 96년까지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3년간 등록한 게 전부다. 캔자스주립대에서 신씨와 함께 학교에 다닌 한 인사는 “영어가 잘 안 돼 고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모 신문에 등장한 신씨의 누드 사진은 합성한 것인가.
합성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신씨는 “누드 사진은 명백한 합성이다.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신문사 측이 원본을 내놓지 않으면 확인할 길이 없다. 미술계 인사 J씨, 유명 사진작가 H씨와 미술계 원로 K씨를 통해 신문사에 넘어간 것으로 거론되지만 당사자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신용불량자인 신씨가 어떻게 호화 생활을 할 수 있었나.
신씨의 수입은 동국대 교수 연봉 5000만원과 성곡미술관 큐레이터 연봉 3000만원이었다. 그러나 1억여원의 금융권 빚을 갚지 못해 지난해 3월부터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었다. 매달 180만원을 갚아야 한다. 광화문 오피스텔 월세도 매달 200만원을 내야 한다. 씀씀이도 헤펐다. 특급호텔 피트니스클럽의 ‘이달의 최우수회원’으로 선정됐다. 최우수회원은 호텔에서 자주 식사를 하고 매상을 올려줘야 뽑힐 수 있다. 검찰은 신씨가 기업들의 전시회 후원금 가운데 상당액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썼다고 보고 있다. 신씨의 증권계좌에 있는 돈(5억8000만원)의 일부 역시 기업들의 후원금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씨가 어떻게 유력 인사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나.
성곡미술관에서 신씨와 함께 근무했던 직원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입 안의 혀’처럼 굴었다”고 말했다. 미술계 원로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에는 의자를 등에 대지 않을 정도로 예의를 갖췄다고 한다. 교제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에겐 선물 공세도 폈다. 원로 인사의 말에는 절대로 반대 의견을 내지 않고 “존경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나이 든 분들이 좋아했을 것이다.

-신씨와 변씨는 어떤 처벌을 받나.
신씨에게 적용될 혐의 4가지는 각각 징역 5년 이하의 비교적 가벼운 범죄지만 두 가지 이상이 합쳐지면 중형을 받을 수 있다. 변씨에게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직권남용·업무방해도 법정형이 각각 징역 5년 이하다. 만약 변씨가 기업에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신씨의 전시회에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가 확인되면 제3자 뇌물수수죄(징역 10년 이하)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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