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경기 모처럼 '두둥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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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롯데백화점은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대비 21% 늘었다고 밝혔다. [뉴시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은 추석을 앞두고 밀려드는 선물 주문에 전화로 배송확인을 할 콜센터 직원 40여 명을 추가 고용했다. 그러나 오후 10시30분까지 연장근무를 해도 확인전화를 다 하지 못할 정도다. 식품 담당 주원(35) 매니저는 "각 매장 고용 직원을 합쳐 100여 명이 배송 확인을 하고 있지만, 주문이 밀려 따라잡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 마트마다 선물세트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0일 현재 지난해보다 추석 선물 매출이 21% 늘었다고 밝혔다. 다른 대형 유통업체도 대부분 지난해보다 추석 선물은 20% 정도 더 팔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대형 유통업체들은 포장부터 배송까지 인원을 늘려 투입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주문을 감당키 어렵다며 즐거운 비명이다. 선물세트도 포장하기 무섭게 팔려나간다. 신세계 이마트 식품 담당자는 "올해 특히 인기가 많은 잣.호두는 나흘째 밤샘 포장을 하고 있다"며 "곶감은 일부 매장에선 품절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엔 잘 팔리지 않던 고가 상품이 많이 팔리고 있다. 백화점 정육코너는 지난해 주력 선물세트 가격을 10만원 초반~10만원 후반으로 잡았지만 올해는 10만원 후반~20만원대 중반으로 올려 잡았다. 저가 상품 위주인 대형 마트에서도 비싼 선물세트가 잘 나가고 있다. GS마트 측은 "마트에선 잘 팔리지 않던 12만~15만원대 고가 제품도 지난해보다 15%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백화점에서 양말세트 같은 저가 상품도 잘 팔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20만 세트를 준비했던 양말세트가 20일 동이 나 부랴부랴 추가 주문을 했다. 유상백 잡화 바이어는 "경기가 풀리면서 먼 친척이나 그리 가깝지 않은 친구까지도 선물을 챙기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반면 재래시장에서는 달아오른 추석 경기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푸념이 나온다. 계속된 태풍 소식과 비 때문에 경기가 살지 못했다는 게 재래시장 상인들의 이야기다. 남대문시장에서 30년 이상 건어물 가게를 하는 장기수(66) 사장은 "외환위기 이후 명절다운 명절은 한 차례도 없었다"며 "이번 추석은 좀 나아지는 듯하더니 비 때문인지 통 재미를 못 봤다"고 말했다. 전국시장상인연합회 윤치훈 공동사업팀장은 "그나마 시장 환경개선 사업을 한 서울 방학동 도깨비시장, 중곡동 제일시장 등은 체감 경기가 조금 나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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