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자료로 외고 폄하 정부 대책 수용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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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긴급총회는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특목고 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채택하기 위한 자리였다. 참석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전국 29개 외고 중 27개교의 교장이 모일 정도로 교장들의 관심은 컸다.

유 회장은 "교육을 책임지는 우리는 학교를 벗어나면 안 되는데 이렇게 모이게 하는 교육부의 정책이 유감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12일에 있었던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특목고 제도 개선 토론회에 불신을 나타냈다. 유 회장은 "발표된 보고서 중 하나는 외고가 수월성 교육에서도 실패했다는 자료랍시고 일반계고와 외고 학생의 국어 성적 결과를 비교했다"며 "이는 일반계고와 달리 외국어 중심의 교육 과정을 갖는 외고의 교육력을 의도적으로 폄하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임에 참석한 대부분의 교장은 정부의 이러한 '들러리 토론회'에 강한 반감을 보였다.

협의회의 강성화(고양외고 교장) 부회장은 "지난주 수요일에 있는 토론회의 초청장을 월요일 저녁에 받았다"며 "특목고 교육 주체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식의 평가 보고서를 갖고 정부가 제도 개선 방안을 내겠다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객관성이 결여된 연구 결과에 의해 교육부가 10월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특목고 대책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객관성과 타당성이 확보된 연구를 다시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채택했다.

유 회장은 외고가 어문계 등 동일계로 진학하는 비율이 낮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국 외고의 졸업생이 8500여 명인데 각 대학 어문학과 정원은 4500여 명으로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이 협의회의 입장이다. 동일계 진학의 현실적 여건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유 회장은 "어학 능력 없이 21세기의 리더가 될 수 없지만 어학 능력만으로 글로벌 인재를 만들 수도 없다"며 "통.번역사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외고의 역할을 제한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와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외고협의회는 이날 ▶전국 외고 연합 학부모회와 동창회의 구성 ▶KEDI의 연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한 자체 '외고 평가 보고서'의 마련 등 향후 대응책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회장단은 추석 연휴 뒤 곧바로 모임을 갖고 이날 논의된 대응책에 대한 구체적 추진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외고협의회는 1990년대 초반부터 만들어진 외고 교장들의 친목 단체다. 매년 봄과 가을에 정기 모임을 연다. 유 회장은 "협의회는 원래 외고 학생들에 대한 시상 등 장학 정책을 논하는 모임"이라며 "그러나 참여정부 들어와서 교육 정책에 대해 의견을 밝혀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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