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떼관음보살 신드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우리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유행에 민감한 것이 아닌가 싶다.우리말에 떼관음보살이라는 말이 있다.뚜렷한 주관없이 남의말에 휩쓸리어 유행처럼 浮遊하는 무리를 일컫는 말인데,이 떼관음보살들이 패션에서 뿐만 아니라 영화.음악.연주 등 온갖 문화장터에까지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있다.속성상 부화뇌동형에 속하는떼관음보살들의 양상은 이제 수적으로는 백만 단위로까지 확산되는위세를 떨치고 있다.
출판시장에서도 이러한 떼관음보살들의 극성은 예외가 아니다.이제는 한해에만도 1백만~2백만부씩 팔리는 슈퍼베스트셀러가 탄생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우리도 이제는 수백만부짜리베스트셀러를 갖게 되었다고 내심 자랑하고 싶어질 지도 모르지만어디 이게 내세울만한 자랑거리인가.우리보다 1.5배나 많은 인구를 갖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91년 한햇동안 가장 많이 팔린 책이 고작 40여만부에 지나지 않으며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도몇주,몇개월을 버티기가 힘들다.그 만큼 다양한 독자군이 자생하고 있다는 증거다.
우리나라에서 수백만부짜리 베스트셀러가 종종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문화적 토양(독자군)이 척박하고,베스트셀러 목록에서 1,2년씩 장수하고 있는 책이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문화적 토대(저자군)가 허약하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수백만부짜리 한권보다는 수만부짜리 베스트셀러 몇십권이 더 자랑스럽고 값지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터다.
떼관음보살들이 남기고 간 자리에는 늘 쓸쓸한 공허만이 남는다. 우리 독자들도 더이상 부화뇌동식 독서가 아닌 나만의 감식안을 가지고 내 나름의 도서 목록을 만들어가야겠다.이런 독자들이야말로 책의 문화를 더욱더 살찌우고 꽃을 피우게 하는 밑거름이아닐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