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웰빙] 군침 도네, 고등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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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활발한 활동을 하던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란 대중가요 가사다. 그때만 해도 고등어가 상당히 친근했던 생선임을 알 수 있다. 이후 경제가 좋아지면서 한동안 흔한 생선으로 인식돼 푸대접을 받다가 요즘 다시 주부들의 인기 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고등어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등푸른 생선이 갖고 있는 풍부한 영양가. 어린이에게는 머리를 좋게 하고, 나이든 사람에게는 혈액의 흐름을 돕는 영양 성분이 가득하다. 나이에 관계없이 가족 모두에게 요긴한 영양식인 셈이다. 가족의 건강에 유독 신경을 곤두세우는 주부들에겐 요즘 이만한 찬거리가 없다.

값이 싼 점도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주부들에게 큰 유혹이다. 백화점 생선코너에서도 통통한 생물 고등어 한마리가 4천원 내외에 불과하다. 흰살 생선인 생태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 1만원에 육박하는 갈치도 기웃거려보다가 결국은 고등어를 장바구니에 담아 나온다.

주부들이 생물 고등어를 요리하는 방법은 조림이나 구이가 대표적이다. 조림은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 깔고 고등어를 토막쳐 고춧가루 등으로 양념을 해서 조린다. 구이는 소금을 팍팍 뿌려 생선 그릴이나 석쇠에 굽는 게 보통이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일식전문점 '쯔루가메스시'의 사장 겸 주방장인 김원일씨(사진)는 "고등어는 다루는 사람에 따라 맛이 크게 차이난다"며 "주부들이 조금만 신경을 써서 조리하면 조림이나 구이도 상당히 세련된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사장은 30여년 동안 쌓은 1백50여가지 고등어 조리법 가운데 주부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고등어 요리 네가지의 노하우를 상세히 공개했다.

글=유지상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 간장 소스 구이

▶재료=고등어 1마리, 무즙 적당량, 유자 또는 레몬 1/4쪽

▶간장 소스=청주(1백㎖)를 물중탕으로 알코올을 날려버리고 맛술(1백㎖).진간장(1백㎖)과 혼합해 둔다.

▶조리법=고등어를 손질해 머리와 꼬리를 제거한 뒤 뼈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살코기만 떠낸다. 살코기 껍질 쪽에 X자로 살짝 칼집을 낸다. 간장 소스에 간이 배게 1시간가량 재워둔다. 구울 때는 껍질 쪽을 먼저 굽는데 전체의 70%가량 구워지면 뒤집어준다. 간장 소스를 2~3회 바르며 거듭 굽는다. 무는 껍질을 두껍게 벗겨내고 강판에 갈아 수분을 짜낸 뒤 간장을 소량 첨가해 버무려 두었다가 고등어 구이와 레몬(유자)을 곁들여 낸다.

*** 통깨양념 구이

▶재료=고등어 1마리, 꽈리고추 4개, 대파(흰 부분) 2개

▶통깨 양념=진간장 4큰술, 맛술 2큰술, 청주 2큰술, 통깨 2큰술, 다진 대파 1큰술, 다진 마늘 2작은술, 다진 생강 2작은술, 산초분말.고춧가루.후춧가루 약간씩

▶조리법=고등어를 손질해 머리와 꼬리를 제거한 뒤 뼈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살코기만 떠낸다. 껍질 부분에 약간 깊숙하게 비스듬한 칼집을 넣은 뒤 소쿠리에 올리고 소금을 뿌려 20분 정도 재워둔다. 통깨 양념의 재료들을 고루 섞는다. 고등어 수분을 키친 타월로 제거한 뒤 통깨 양념에 1시간 정도 절인다. 고등어의 수분을 닦아내고 생선 그릴이나 석쇠에 양면이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꽈리고추와 대파는 살짝 구워서 함께 낸다.

*** 통마리 튀김

▶재료=고등어 1마리, 밑간 양념(진간장 2큰술, 참기름 1큰술, 후춧가루 약간), 식용유 적당량

▶곁들임 재료=죽순 1/3개, 돼지고기 50g, 표고버섯 3개, 청피망 반개, 홍피망 반개, 대파 반뿌리, 생강 반톨, 마늘 3쪽, 녹말가루 적당량

▶곁들임 재료용 양념=청주 4큰술, 진간장 5큰술, 설탕 1큰술, 통깨 1큰술, 소금 약간

▶조리법=고등어를 손질해 머리와 꼬리를 제거한 뒤 반으로 갈라 펼친다. 껍질 쪽에 3~4군데 칼집을 넣어 밑간을 하고 30분 동안 재워둔다. 돼지고기.표고버섯.피망.대파는 새끼손가락 길이로 가늘게, 생강과 마늘은 얇게 편으로, 죽순은 나박나박하게 썰어 곁들임 재료를 준비한다. 고등어의 수분을 제거하고 녹말가루를 골고루 입혀 식용유에 튀긴다. 곁들임 재료를 볶는다(뜨거운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생강을 볶다가 돼지고기.표고버섯.피망.죽순 순으로 볶는다. 채소류가 숨이 죽으면 대파를 넣고 재빨리 볶다가 양념을 순서대로 넣으며 다시 볶는다). 그릇에 튀김 고등어를 펼쳐놓고 그 위에 볶은 재료로 덮고 깨를 뿌려서 낸다.

*** 감자 조림

▶재료=고등어 1마리, 통감자 3개, 대파 1뿌리, 양파 1개, 풋고추 2개, 홍고추 2개

▶조림 양념=설탕 3큰술, 진간장 1백20㎖, 다시마 국물 2ℓ, 고춧가루 4큰술, 고추장 4큰술, 다진 마늘 2큰술, 생강즙 1큰술, 참기름 1큰술

▶조리법=고등어를 손질해 머리와 꼬리를 제거한 뒤 3 ~ 4토막을 낸다. 소금을 가볍게 뿌려 30분 정도 재워둔 뒤 수분을 제거한다. 감자는 3 ~ 4토막을 내고, 양파는 1㎝ 두께로 통으로 썬다. 씨를 뺀 고추와 대파는 어슷하게 썬다. 냄비에 다시마 국물과 감자를 넣고 부드럽게 될 때까지 천천히 끓인다. 고등어와 양파를 넣고 한소끔 끓인 뒤 고춧가루.마늘을 넣고 또 한소끔 끓인다. 설탕과 진간장을 추가해 천천히 조린다. 국물이 자작자작하면 고추장.고추.생강즙을 넣고 가볍게 끓인 뒤 참기름을 끼얹어 다시 한번 끓여 낸다.

*** 고등어의 영약학

고등어는 등푸른 생선의 대표주자로, 등푸른 생선은 머리를 좋게 한다는 DHA(Docosa Hexaenoic Acid)와 혈액의 흐름을 돕는 EPA(Eicosa Pentaenoic Acid)의 보고(寶庫)입니다.

DHA는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기초 성분으로, 두뇌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돕습니다. 어린이에게 면역력을 키워주고, 시각과 운동신경 발달에도 많은 영향을 줍니다. EPA는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관을 확장해주는 성분입니다. 혈소판의 응고를 막고, 혈압을 낮추는 역할도 합니다. EPA의 경우엔 고등어가 참치 다음으로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고등어는 히스티딘.라이신.글루타민산.이노신산 등 맛을 내는 성분이 많고 농후한 맛을 냅니다. 곡류에 부족한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의 함량도 높아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의 식생활에 요긴한 생선입니다. 이 밖에도 단백질의 함량이 20% 정도로 높고, 비타민.철분 등이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손색없는 식품으로 꼽힙니다.

이렇게 영양학적으론 우수한 반면 쉽게 변질되는 약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다른 생선과는 달리 겉표면에 상한 정도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살 때 주의깊게 살펴야 합니다. 우선 배 부분을 눌러 봅니다. 탱탱한 게 신선한 것입니다. 탱탱하지 않으면 내장의 선도가 떨어진 것으로 봐야 합니다. 상한 것은 항문으로 즙액이나 내장이 밀려 나오기도 합니다. 아가미를 들춰봐 선홍색이 아닌 암갈색이면 사지 않는 게 좋습니다.

박문옥 교수 <장안대학 호텔조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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